들꽃 이야기

애잔함이 묻어나는 꽃며느리밥풀

제주영주 2006. 8. 25. 11:13
애잔함이 묻어나는 꽃며느리밥풀

 

 

 

   
조석으로 서늘해지면서 풀벌레 울음소리도 한 옥타브 높아졌습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서성거리는 들꽃조차 애잔함이 묻어납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서성거리며 붉게 타오르는 꽃며느리밥풀은 배고픔에 시달렸던 넋일까요? 그 애잔함이 붉게 타오르며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흐느적거립니다.

새색시 볼처럼 수줍은 붉은 꽃잎에 하얀 쌀알 두 개를 입에 물고 피어나는 꽃며느리밥풀은 전설에 의하면 심술궂은 시어머니 밑에서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던 착한 며느리가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밥을 지었습니다. 밥이 다 되어갈 무렵 뜸이 잘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밥알 몇 개를 입 안에 넣는 순간 시어머니한테 들키고 말았습니다. 심술궂은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쫓겨내고 말았습니다.

쫓겨난 며느리는 오도 가도 못해 굶어 죽었습니다. 그로부터 여름이 되자 며느리가 죽은 자리에 하얀 밥알을 입에 문듯한 꽃이 피었습니다. 그 꽃을 본 마을 사람들은 쫓겨난 착한 며느리가 꽃으로 환생 되었다고 생각하여 꽃며느리밥풀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합니다.

   
요즘에는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지만, 우리네의 어머님의 시대에만 해도 고부간의 갈등은 심했습니다. 시집살이 석삼년이란 말이 있듯이 벙어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소경 삼 년이란 형벌을 등에 짊어지고 소처럼 일만 했던 어머님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옛날 여성들은 한 번 시집가면 죽어서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사고가 깊었던 탓이라 그 집안에 뼈를 묻혀야만 했습니다. 이혼이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현대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경제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시집살이를 하다 쫓겨나더라도 굶어 죽는 일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혼율이 높아졌습니다.

꽃며느리밥풀은 반기생식물입니다. 이는 남자에 예속된 존재로 살아가야 했던 옛 여인들의 운명과도 비슷한 들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꽃며느리밥풀을 보고 있노라면 화려하게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그 화려한 웃음 속에는 애잔함이 스며들어옵니다.
가녀린 줄기로 하늘거리며 서럽게 울어대는 꽃며느리밥풀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