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142

가을향연 펼쳐진 거친오름서 '나'를 만난다

가을향연 펼쳐진 거친오름서 '나'를 만난다 [오름과 야생화 17]누린내풀 하늘하늘 거리는 오름길…탐스런 산딸나무열매 '풍성' ▲ 낙엽교목 산딸나무는 5~6월 하얀 꽃을 가지 끝에 무리져 피며 9~10월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싱그러운 이파리로 드리웠던 거친오름에도 시간의 옷을 갈아입어 어느덧 가을 빛깔로 물들고 있다. 노루들의 보금자리인 제주시 봉개동 거친오름은 절물휴양림과 4.3평화공원을 사이에 두고 봉긋 솟아있다. 오름 동북사면 기슭에는 4.3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조성된 제주인의 성지와 다름없는 '제주 4.3평화공원'이 있다. 오름 동남사면 기슭에는 '노루생태관찰원'이 있다. 이곳에는 200여 마리의 노루가 서식하고 있다. 들개로부터 노루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노루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

해넘이가 아름다운 삼중주...오름, 바당, 섬

▲ 차귀도 노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희망과 설렘으로 시작됐던 계획들이 낙엽처럼 스산하게 바람에 흩날리며 여운을 남긴다. 늘 이맘때가 되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넘이를 바라보며 자신을 뒤돌아보고 내일을 위한 설계를 세운다면 아쉬움보다는 꿈을 꿀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곧, 일몰은 또 다른 시작임을 알리는 메시지다. 해넘이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수월봉과 고산 당오름은 일몰 명소로도 소문난 곳이다. 이곳에서의 해넘이는 차귀도 너머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룬다. 차귀도는 지실이섬, 눈섬, 대섬 등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오누이의 애틋한 전설로 잘 알려진 수월봉은 수중 화산폭발로 형성됐다. 이 오름의 매력은..

노꼬메큰오름, 단풍·억새로 물들다

[오름과 야생화 20] 완전한 가을 색상 표현·목가적 낭만 '물씬' ▲ 노꼬메 전경. . 제주의 가을은 단풍과 억새의 물결로 출렁인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물들기 시작한 가을, 어느덧 오름에도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크고 작은 360여 개의 오름은 저만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가을 멋을 한껏 뽐내고 있다. 오름 가운데 단풍과 억새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단연 큰노꼬메다. 제주 서부지역을 대표할 만큼 위풍당당한 산체를 지닌 큰노꼬메는 아우 격인 족은노꼬메와 바리메, 안천이오름 등을 주변에 끼고 있다. 큰노꼬메는 해발 834m, 비고 234m로 북서쪽으로 터진 발굽형 화구를 가진 화산체다. 오름 명칭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자로 녹고산(鹿高山)으로 표기되고 있다. 사슴이나 노루와 ..

파란 하늘과 '자줏빛 융단'의 조화

파란 하늘과 '자줏빛 융단'의 조화 [오름과 야생화 19] 꽃향유의 향연 가을 타는 비치미오름 휘파람 불며 이 오름 저 오름 누비는 가을바람처럼 양팔을 벌려 하늘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날아오르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비치미~ 비치미~ 이름만 불러보아도 아름다운 오름, 비치미오름을 오른다. 비치미오름을 한 번이라도 올라본 사람이라면 다시금 찾게 된다. 가을꽃들이 정갈하게 피는 오름으로 꼽을 수 있다. 비고 109m로 그다지 높지도 낮지도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민틋한 풀밭 오름이라 아이들과 함께 올라도 좋겠다. 번영로(97번 도로)를 타고 대천동 사거리에서 표선면 성읍리 방향으로 2.3km 지점의 도로변 좌측에서 남쪽으로 가로 누운오름이 보인다. 성불오름이 끝나는 지점 맞은편 부성목장으로 나 있..

부드러운 카리스마 넘치는 거미오름

[오름과 야생화 18] 고운 능선마다 쑥부쟁이 당잔대 등 가을노래 은은하게 퍼져 ▲ 거미오름. 오름은 포물선의 연출이다. 부드러운 포물선의 물결 속에서 카리스마가 넘쳐 보이는 오름이 있다. 바로 구좌읍 일대를 움켜쥐고 있는 거미오름이다. 비고 115m, 둘레 3,613m의 규모로 오르기에 수월하다. 이 오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과 구분하기 위해 일명 '동거문오름'이라고도 한다. 거문오름은 신성스러운 오름을 의미하는 데서 유래됐다. 거미오름의 모양새는 특이하다. 여러 개의 봉우리로 이어져 있으며, 세 개의 분화구를 갖추고 있는 복합화산체다. 뿔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단연 주봉이다.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솟은 주봉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하게 만드는 마력 같은 힘이 있다. 발을 사방으로 뻗치고..

구름도 쉬어가는 오름

억새꽃에 실린 가을서정 구름도 쉬어가는 높은오름 가을바람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함이 깃든 음색이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며 깊다. 헐벗은 마음을 다독여주는 손길 같은 가을바람이 제주의 오름을 어루만지며 가을꽃을 보듬고 있다.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억새꽃처럼 가을향기에 취해보면 어떨까? 구름도 잠시 머무는 곳, 그곳에 가면 복잡하게 얽힌 마음과 머리까지 싹 풀릴 수 있다. 상쾌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마시며,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높은오름을 오른다. 한라산신들이 내려와 사냥하면서 살기 시작한 마을의 발원지인 송당 일대는, 유독 화산분출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지역임일 알 수 있다. 이 일대에는 안돌, 밧돌, 체오름, 성불오름, 비치미, 민오름, 아부오름, 당오름, 높은오름 등이 밀집해 있다. 마치 송..

채움과 비움의 지혜를 전하는 오름

채움과 비움의 지혜를 전하는 오름 [오름과 야생화 13]오름길엔 가을향내 물씬 문춘자 기자 webmaster@ijejutoday.com ▲ 큰바리메. 우리는 자신의 그릇에 무엇을 얼마나 채우며 살아가고 있을까? 또한, 얼마나 비우며 살아가고 있을까? 올가을, 채움과 비움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바리메'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바리메는 원형분화구를 갖추고 있는 화산체로 마치 그 모양이 스님의 공양하는 밥그릇 '바리때'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큰바리메라'하며 바로 동쪽으로 이웃해 있는 오름을 '족은바리메'라 한다. 족은바리메를 일명 '각시묘'라 하는데 각시처럼 아담한 오름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러나 족은바리메는 큰바리메와 달리 동서로 가로누운 능선이 가파른 편이다. 바리메는 비..

자연이 빚어낸 오름 능선의 향연

부드러운 곡선들이 한데 어우러져 파노라마를 연출하는 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당에서 성산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매끄러운 용눈이오름이 곡선을 자랑하듯 누워있다. 이 오름에 친환경적인 야자수매트로 탐방로를 재정비하고 있다. 코코넛 껍질을 가공하여 만든 친환경 매트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 분해돼 식물의 거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용눈이오름임을 알리는 표지석은 오름 서쪽 기슭으로 정비된 주차장 부근에 옮겨져 있다. 탐방로 재정비와 함께 주차장까지 마련되어 이곳을 찾는 탐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자연과 어울리는 야자수매트로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펼쳐지는 오름의 속살을 조심스레 훔쳐보듯 발을 내딛는다. 오름 자락으로 펼쳐지는 풀잎들이 사르륵 가을 소리를 내며 발길을 적신다. 발길 닿는 능선마다 바람 소리와 풀벌..

청록빛 물든 오름...산새들의 하모니 가득

청록빛 물든 오름...산새들의 하모니 가득 [오름과 야생화12] 옹달샘엔 달빛처럼 그윽한 물양귀비..오름길엔 방울꽃 꽃망울 터트려 ▲ 우진제비오름. 울창한 삼나무와 느릅나무, 떡윤노리, 때죽나무, 느티나무 등 자연림으로 우거져 새들이 지저귀는 오름에서 나무향기 풀내음을 맡으며 삶을 뒤돌아보자. 제주시 번영로 도깨비공원 맞은편으로 둥글게 솟은 우진제비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이 특이한 이 오름은 숲이 우거져 새들이 지저귀는 오름일까? 오름 모양새가 제비를 닮았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오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울창한 나무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오름 기슭에는 몇 채 안 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중산간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은 오름 이름을 따서 '우진동'이라 불린다..

등굽은 서우봉의 슬픔

오름과 야생화 11] 오름과 바다가 어우러져 출렁인다 서우봉 피로 얼룩진 4.3을 피해 바당과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사람들은 파래진 얼굴로 숨죽이며 피를 토해냈다 풀 한 포기조차 돌멩이조차 오름마저 노래진 넋 제주 전역에 널려 있는 모든 것들은 숨죽이며 울어야 했다 광기 서린 학살을 지켜보던 서우봉도 바다로 몸을 눕힌 채 울어야 했다. 슬픔에 잠긴 서우봉. 제주시에서 동쪽 일주도로를 타고 달리다 보면 물빛 고운 함덕해변에 납작 엎드린 서우봉이 보인다. 함덕과 북촌 경계선에 있는 이 오름은 마치 더위를 식히듯 바다에 풍덩 빠져있는 듯하다. 물소가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듯하여 물소 서(犀)자를 써서 서우봉(犀牛峰)이라 불리는 이 오름은 두 봉우리로 형성돼 있다. 북쪽 정상의 망오름과 남쪽 정상의 서모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