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예쁜 이름을 가지고 싶어요.
광대나물
내가 태어나자 부모님은 나의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그러나 나의 이름은 촌스러운 이름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촌스러운 이름인 줄도 모르고 자랐습니다. 차츰차츰 성장하면서 나의 이름이 촌스러운 이름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나는 부모님한테 떼를 쓰면서 개명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개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재판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또 그에 따른 비용도 많이 든다고 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한테 내 본명 대신 내가 지은 이름을 부르게 했습니다. 그 정도로 나의 이름에 대해 나는 불만을 가졌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누구의 엄마로 부르게 되면서 나의 이름을 잊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고 시대도 흘러갔습니다.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지어주신 이름에 대해 감사를 하면서 이제는 당당하게 내 이름을 밝힙니다.
아마도 광대나물도 나의 심정과 같았을 것입니다. 광대나물도 이름을 처음 지어주신 분에 대해 원망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특이한 이름 덕분에 광대나물 이름을 한번 들은 사람은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됩니다.
꿀풀과의 두해살이풀 광대나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광대나물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광대나물 줄기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마치 광대들이 입는 옷 중에서 목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주름처럼 된 장식을 닮았다 하여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원인입니다. 광대나물은 별명도 여러 개 있습니다. 그중에 코딱지나물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왜 하필 코딱지나물이라고 했을까요? 코를 자주 후벼 파게 되면 코 막이 약해서 코피를 자주 흐르게 됩니다.
민간에서는 광대나물을 코피를 멈추게 하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코딱지나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모양입니다. 이렇게 식물의 이름을 붙이는데도 그냥 아무렇게나 붙이지는 않습니다. 그 식물의 특성이나 생김새를 가지고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이 들꽃 하나에도 많은 애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광대나물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나물입니다. 광대나물은 이른봄부터 피기 시작해서 여름까지 꽃을 피웁니다. 흔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광대나물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살펴보세요. 광대나물 꽃이 또한 얼마나 귀엽게 생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개씩 돌려나는 꽃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꽃은 붉은 자주색으로 윗입술 아랫입술을 열고 깔깔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개구쟁이처럼 혀를 내밀고 메롱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옆에서 보면 귀를 쫑긋 세우고 누가 오나 살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흐드러지게 핀 광대나물 꽃을 보면 아마도 저 꽃이 무슨 꽃이기에 저렇게 예쁜 색감으로 물들여 놓았을까 할 정도로 아름다운 빛깔로 다가오는 들꽃 중의 하나입니다.
광대나물
내게도
고운 이름 가지고 싶어요
광대처럼 놀림당하고 싶지 않아요
장미처럼 아름답지는 않지만
무서운 가시는 없잖아요
꽃으로 대우받고 싶어요
내게도
고운 이름 가지고 싶어요
2005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