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개불알풀

제주영주 2006. 3. 9. 13:30

 

 


어머나! 봄바람… 기쁜 소식 나르는 봄까치꽃 

 임, 흔들릴까 미치겠네 봄 


▲ 자그마한 꽃잎이 살며시 열었습니다. 그리곤 봄 하늘을 담아냅니다.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개불알풀(봄까치꽃)입니다.


 돌담 밑이나 밭둑, 양지바른 빈터 그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개불알풀을 이제까지 그냥 스치고 지나쳐 왔습니다. 오래전부터 보고 온 꽃인데도 이제야 발견한 듯한 꽃입니다. 작은 것이 소중함을 알려주는 꽃이기도 합니다. 너무 흔해서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는 풀꽃입니다. 너무 많아 가끔은 존재의 실체를 잊게 할 때도 있습니다. 땅을 기다시피 엎드린 채 자그마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별 관심 없이 그냥 스치고 지나쳤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불알풀은 봄이 오기도 전에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그래서 개불알풀을 다른 이름으로는 봄까치꽃이라고도 부릅니다. 개불알풀보다 한결 정겨운 이름입니다.

 까치들이 봄이 왔다고 이른 새벽부터 기쁜 소식을 전해 주듯이 봄까치꽃은 그 어떤 꽃보다 제일 먼저 꽃을 피우며 봄이 오고 있음을 노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까치꽃을 알아주는 이가 흔치 않습니다. 그저 잡초에 불과한 풀꽃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밀원식물로서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뿌리는 중풍, 요통 등의 약으로 쓰인다 하니 이 얼마나 고마운 식물입니까.

 부지런히 한 송이 두 송이 자그마한 창을 열어 봄을 노래하는 봄까치꽃은 부지런한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꽃도 피우기 전에 봄의 전령사답게 봄을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서 분주하게 봄의 창을 열어 놓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해 말갛게 창을 닦아 놓습니다.

그 말갛게 닦아 놓은 창안으로 들여다보면 봄까치꽃이 얼마나 예쁜 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조그만 꽃잎 넉 장을 열어 하늘을 담아냅니다. 그 조그만 꽃잎 속에는 하늘만 담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둥둥 떠가는 구름이랑 잔잔한 바다도 담아냅니다. 둥글게 둥글게 도란도란 모여 해맑게 웃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봄까치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찌 망측스러운 이름(개불알풀)을 가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꽃이 지고 씨앗이 맺힐 때 보면 '개불알풀'이라 붙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양쪽으로 둥근 열매가 달리며 가운데에 세로로 깊은 홈이 있습니다. 그 모양이 개불알같다 하여 붙여진 것을 보면 의문이 풀리게 됩니다. 한자로는 땅 비단((地錦)이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큰개불알풀을 보고 ‘왕지금꼬리풀’이라 부릅니다.

 봄은 희망입니다. 이제 완연한 봄이 왔습니다. 바람도 한결 풋풋하고 이른 새벽부터 새들이 분주해지는 봄입니다. 그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봄까치꽃을 화분에 심어 햇살 드는 창가에 두고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귀한 꽃은 아니지만 풋풋하게 정감이 가는 꽃입니다.

오밀조밀 피어나는 자그마한 꽃잎 속에서 아기자기한 꽃잎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나도 꽃이 되어 끼어들고 싶을 만큼이나 앙증맞은 꽃입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잘났다고 뽐내지도 않습니다. 부지런하게 일찍 봄을 알려주는 꽃으로서

기쁜 소식을 전해줄 것입니다.



봄까치꽃



말갛게 창을 닦아

하늘, 바다를

담아내면

달콤한 꿈결처럼

벌, 나비 날개깃으로

봄을 싣고 오는

기쁜 소식



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소식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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