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매화노루발풀

제주영주 2006. 3. 9. 14:07

 

 

 

 노루발풀

 

 

고결한 군자의 인품을 닮은 꽃,


 매화는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사입니다. 솜털 같은 눈송이를 맞으면서 시린 하얀 손톱을 살며시 펴 올리며 순백의 눈처럼 고결한 자태로 봄이 왔음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그럼 여름을 알리는 전령사는 어떤 꽃일까요? 한라산 정상에서 맨 먼저 여름을 알리는 나무가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키 작은 나무입니다. 칼바람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바위에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온몸을 바위에 움츠리고 있다가 봄이 끝날 무렵에 가장 먼저 여름을 알리는 전령사로 천상을 향해서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세상에서 가장 키 작은 나무, 돌매화나무입니다.

 돌매화나무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름꽃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한라산 정상에서 울려 펴지는 메아리소리에 오름마다 여름으로 가는 꽃길이 열립니다.

 숲 속 여름의 전령사로 고결한 군자의 자태로 피어나는 꽃이 있습니다. 나는 이 꽃을 ‘숲매화’ 라 부르고 싶은 꽃입니다.

 매화꽃을 닮은 매화노루발풀입니다. 노루발과 속의 매화노루발풀은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매화노루발풀은 수줍음이 많은 꽃인가 봅니다.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 속에서 한줄기 빛이라도 받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고 있어야 하는데 매화노루발풀은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발밑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에 낙엽 위에 누워서 꽃잎 속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름다운 꽃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꽃은 매화꽃보다 작습니다. 고결한 군자의 인품을 닮은 꽃입니다. 물욕을 벗어버리고 깊은 산 속에서 고결한 인생을 살아가는 군자를 닮았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숲 속에서 하얀 등불을 밝히며 꽃을 피웁니다.

 매화노루발풀과 비슷한 노루발풀이 있습니다. 매화노루발풀의 잎은 작고 긴 타원형입니다.노루발풀의 잎은 넓은 타원형입니다. 또한, 꽃은 비슷하지만 암술대가 길쭉하게 나와 있습니다. 둘은 노루발과에 속합니다. 상록성이라 사철 푸르게 살아갑니다.

 이처럼 매화를 닮은 꽃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민틋한 오름에 피는 물매화, 또는 매화마름, 모두 고결한 군자를 닮은 꽃입니다.

 

 

 

 

 

 


 

2005년 6월

'들꽃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어먼초  (0) 2006.03.09
바다 꽃  (0) 2006.03.09
수정란풀  (0) 2006.03.09
초종용  (0) 2006.03.09
피뿌리풀  (0) 200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