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시붓꽃
들마다 산마다 봄빛으로 가득 넘쳐났습니다. 가느다란 실바람이 봄볕에 꿈을 꾸듯 어디론가
날아가듯이 봄의 날개를 펴고 날아갑니다. 온통 세상은 봄빛으로 가득 넘쳐 살랑거립니다.
왕벚꽃잎이 꽃망울을 톡 터트리더니 산빛도 화사해졌습니다.
콩콩 뛰는 가슴을 안고 달려갑니다. 이러다 사랑하는 임을 만나기도 전에
심장마비로 쓰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임을 만나려 가는 길이 이럴까요?
온통 세상은 봄빛으로 살랑이며 구름 위를 거닐듯 사뿐사뿐 날아갈 듯합니다.
샛노란 유채꽃물결 일렁이는 들녘을 따라 청잣빛으로 나풀거리는 그대와의 만남은
황홀한 봄빛입니다.
마른 억새풀에 숨어 화사하게 웃는 각시붓꽃, 어여쁘기도 하여라!
약속도 한 적 없지만 때가 되니 찾아왔네요.
자그마한 키에 나풀거리며 봄나들이 나온 각시붓꽃,
가냘픈 꽃잎 손끝으로 톡 건드리면
청잣빛 눈물 고여 흐르듯 왠지 슬픈 빛,
바로 각시붓꽃 당신입니다.
당신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요
봄빛 하늘이 내려와
꼭 껴안아 주거든요
지나가던 실바람도
잠시 꽃잎 속에 숨어
꽃잠을 자거든요
그대의 지친 삶
가냘픈 꽃잎 속으로
내려놓아 보세요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거웠던 삶은
저 언덕 저편으로 사라지며
아름다운 날들만이
꽃잎처럼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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