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외로운 홀아비꽃대와 아름다운 옥녀꽃대를 만나다.

제주영주 2006. 4. 17. 11:33

 

▲ 홀아비꽃대

 

외로운 홀아비꽃대와 아름다운 옥녀꽃대를 만나다.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제주에도 홀아비꽃대가 있네!

 
홀아비꽃대를 처음 본 것은 작년 이맘때입니다. 그러나 홀아비꽃대를 만나고도 꽃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못했지요.
왜냐하면, 홀아비꽃대를 옥녀꽃대라 하는 바람에 내심 의심스럽지만 그냥 스쳐갔지요. 제주에는 홀아비꽃대가 없다는 소문에 옥녀꽃대와는 조금 다른데도 자세히 관찰을 못 했습니다.

꽃을 만날 때는 꽃이름을 수없이 불러주며 꽃을 담아냅니다. 그러나 꽃이름을 모르면 난감합니다. 뭐라 불러줘야 하는데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불러주지 못해서 미안해집니다.
꽃이름을 알고 꽃을 바라보는 것하고 이름도 모른 채 꽃을 바라보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름을 부르면서 꽃을 바라보면 친숙해지며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래서 꽃을 좋아하게 되며 사랑하게 됩니다. 꽃을 담아낼 때는 늘 이름을 부르면서 담아냅니다.

올해는 제대로 관찰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즐겨 찾는 숲으로 갔습니다. 내가 즐겨 찾는 숲은 보잘 것 없는 숲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갑니다. '숲'이라 부르기조차 어색하지만, 숲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나는 숲이라 부릅니다.

초라한 숲이지만 귀하디 귀한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조용히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어가는 숲의 보금자리에서 나는 숲의 향기와 아름다운 꽃의 향기를 느낍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는 숲으로 향했습니다.

홀아비꽃대는 키도 작지만 그렇다고 하여 꽃도 특별하게 화려하거나 크지도 않기 때문에 쉽사리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자리에 틀림없이 자라고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찾아 봤지요.

네 장의 잎으로 짧은 하얀 수술을 보듬기며 실눈으로 숲을 바라보는 홀아비꽃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꽃대와 달리 한 개의 꽃대가 달린다 하여 홀아비꽃대라 부르는 이 꽃을 보고 있노라면 외로운 홀아비가 떠올려지네요. 군락을 이루지 못한 채 여기저기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모습이 외롭게만 보입니다.
옥녀꽃대에 비해 잎은 윤기가 나며 수술은 짧습니다.
 

 


▲ 홀아비꽃대 수술대에 붙은 꽃밥

 
홀아비꽃대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떼어서 꽃밥이 붙어 있는 모습을 관찰해야 했습니다. 역시 생각한 대로 홀아비꽃대임이 틀림이 없습니다.

세 개의 수술이 붙어 있으며 가운데 수술대에는 꽃밥이 없으며 양쪽 수술대 밑에 노란 꽃밥이 있습니다.

홀아비꽃대나 옥녀꽃대는 꽃밥을 수술대 밑에 꼭꼭 숨겨 놓은 것은 아마도 꽃잎이 없기 때문에 하얀 수술이 꽃처럼 보이기 위해서 숨겨 놓은 것 같네요.

 

▲옥녀꽃대

 

 

옥녀꽃대는 군락을 이루기 때문인지 홀아비꽃대에 비해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옥녀꽃대의 가느다란 수술이 하늘거리는 모습은 천상의 옥녀가 하강한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홀아비꽃대에 비해 훨씬 수술이 가늘고 길며, 노란 꽃밥이 드러나지 않으며 수술 끄트머리에는 연분홍빛이 띱니다. 마치 그 모습은 아름다운 여인네들이 하늘거리는 몸짓 같기도 합니다.


옥녀꽃대나 홀아비꽃대는 화피가 없지만 하얀 수술이 꽃처럼 보이며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들만의 향기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는 옥녀꽃대와 홀아비꽃대는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습니다.

 

 

▲ 옥녀꽃대 수술대에 붙은 꽃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