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봄향기 따라 만난 인연? 그녀는 꽃보다 아름다웠다.

제주영주 2009. 3. 7. 18:12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살며시 스치고 지난 간다. 향긋한 봄 내음이 바람 따라 옷깃을 스치고 지난 간다.

옷깃을 스치는 봄 내음에 이끌려 봄꽃을 만나려 갔다. 지금 즈음이면 화사한 꽃물결을 이루고 있을 생각에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제주절물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절물오름과 그 맞은편에 산재해 있는 민오름 자락이다.

이곳은 도로변에 있어 오름을 오르기도 좋고 무엇보다 봄꽃들이 지천으로 피기 때문에 자주 들락거리는 곳 중 하나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콧노래 부르며 봄꽃과의 눈맞춤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3월은 소리도 없이 살금살금 대지를 깨우며 자잘한  풀꽃을 피워내는가보다.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에 제법 화사한 봄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세복수초가 군락을 형성해 샛노랗게 물들어 환상의 꽃밭을 이루고 있다. 마치 노란 나비떼들이 춤결을 이루고 있는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발길을 붙잡는다.

꽃물결 속에 있노라면 한 마리의 나비가 되고 싶은 생각이 문뜩 든다. 작은 나비가 되어 꽃향기를 맡으며 꽃 속에 푹 파묻히고 싶어진다. 흐드러지게 핀 꽃물결 속에서 상큼한 봄을 맞는다.

꽃향기에 취해 있노라면 산새들이 다가와 지저귄다.  어느덧 봄이 왔음을 알리듯 새들도 마냥 신이 난 모양이다. 휘리릭 나뭇가지를 오가며 봄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꽃과 새와 어우러진 휴양림으로 제격이다.  산새소리를 들으며  호젓하게 거닐고 싶어졌다.

한줄기의 바람결에 몸을 맡긴 채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거닐었다. 아직은 바람결이 차지만 풋풋한 꽃향기에 실려오는 봄바람, 봄 내음이 마냥 좋기만 하다.

이곳에 있으면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자신을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오늘도 에외는 아니다. 한 여인이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거닐고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가족들과 함께 변산바람꽃을 촬영하기 위해 분당에서 제주까지 1박 2일로 왔다고 한다.

그녀는 꽃처럼 수줍게 말을 건네곤 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꽃보다 아름다웠다. 꽃을 촬영하는데 주변을 정리하지 않고 조심스레 촬영을 하는 그녀의 마음이 와 닿는다. 아들은 멋진 모델을 찾아주고 부모는 아들이 찾아주는 모델을 정성스레 촬영하며 정을 나누는 가족, 행복해 보인다.

우리는 삼울길을 거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동호회는 '들꽃마을'이란다. 가끔 그녀는 '인디카' 동호회를 들여다보곤 한단다. 인디카를 들여다보면 들꽃마을보다 꽃을 촬영할 때 각별히 주의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단다.

기분 좋은 말이다. 꽃을 촬영할 때 근사하게 표현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곤 한다. 그러나 심하게 정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죽은 나뭇가지 정도는 조금 치우고 촬영을 하고 있다.

꽃을 촬영한다는 것부터가 자연을 파괴하는 첫 걸음인지도 모른다. 꽃을 촬영하다 보면 아름답게 촬영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할 수도 있으니…. 늘 조심스레 촬영한다해도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 꽃밭에서는 아무래도 꽃을 밟기 마련이다.

꽃을 촬영하는 사람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어디서든 만나게 된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서 시작되는 것인가? 그녀는 오래전에 꽃을 촬영했는데 1년 전부터는 새를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특별히 방울새를 촬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방울새가 워낙 자그마한 새라 좀처럼 예쁘게 담을 수 없어 아쉬워 한다.

그녀는 나이가 들었어도 아름답다. 분칠을 하지 않은 모습,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을까? 주름이 있어도 꽃처럼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은 꽃보다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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