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산행
여름의 향기가 솔솔 넘쳐 오르는 절물오름은 울울창창 숲으로 우거져 있어 한낮에 오름을 올라도 좋은 곳입니다.
저녁 무렵 오름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오름을 오른다는 느낌보다는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절물오름 정상에 올라보니 일찍 마중 나온 환한 달님의 미소와 함께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제주시내가 한눈에 훤히 들어오고 산상에서 바라보는 저녁 무렵의 하늘은 고요하게 펼쳐지며 한라산 품 사이로 푸르른 산들이 둘러싸여 깊숙한 산장 같은 곳입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밤바람을 마시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제주시내의 저녁 하늘은 귤빛 노을로 솜털 구름을 곱게 물들어 놓고, 밤하늘의 별들이 온통 지상으로 내려와 반짝이는 야경의 아름다운 밤으로 수를 놓고 있으며, 하얀 등을 밝히며 즐비하게 늘어선 고깃배들이 밤바다를 아름답게 수를 놓고 있는 모습은 평온해 보입니다.
하산을 하면서 내려오는 길은 어둠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환한 달빛이 조심스레 길을 안내 해주는 숲길은 온통 풀 향기로 가득 차오르며, 달빛의 반영이 어둠 사이로 풀섶 위로 내려와 반짝이는 모습, 고요한 적막을 깨우는 풀벌레들의 합창소리에 조심스레 밟고 내려오는 하산 길은 조금은 무섭지만 상큼한 추억이 되는 밤입니다.
삼나무들의 빽빽이 숲을 이루는 절물휴양림을 내려와 해안도로를 행해 갔습니다.
바다 향기 물씬 풍기는 도두해안도로에 있는 도두봉은 아주 낮은 오름이라서 금세 오름을 오를 수 있는 오름으로 가볍게 산책을 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오름이며, 도두봉에서 바라보는 해안도로의 야경은 요란하지도 않으며, 고요한 가운데서 빛을 발사하는 매혹적인 야경에 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도소리 들려오는 도두봉에서 잠시 아름다운 여름밤을 즐겨보는 시간···, 어둠 속으로 풀 향기가 상큼하게 감돌며 밤하늘의 은하수들이 온통 지상으로 낙하하여 꽃을 피우는 여름밤의 산행은 또 다시 가고 싶은 산행입니다.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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