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군산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마을

제주영주 2006. 3. 9. 10:40

 

 

가을의 끝자락




타오르는 단풍 끝으로 손을 얹으면

이내 타버리는 홍조 빛 붉은 가슴



갈바람에 한 잎 두 잎

갈꽃 향기 가득 담고

그리운 이에게로 부치는 계절



산은 온통 밤낮으로

불을 밝히며 겨울로 가고 있다



군산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마을

군산으로 가는 길


 가을소리를 담아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군산으로 가는 첫 안내자의 안덕계곡을 지나서 한적한 길섶의 가을 인사를 받으며 들어서면 잔잔한 바다 위로 부서져 내리는 은빛의 반짝임이 눈부시도록 고운 바다가 열립니다. 바닷가 마을(태평리)은 평온하기만 합니다. 소라 귀를 대고 꿈결 같은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일까요?

 군산 입구에서 반겨주는 노오란 작은 들국화(감국)가 무척이나 반갑기만 합니다.

올 가을에 처음 만나는 감국입니다. 가을향기 짙게 뱉어놓는 감국의 향기에 취하고 싶은 가을입니다. 군산은 온통 감국으로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들꽃향기들의 숨을 쉬며 뱉어놓은 호흡을 마셔댑니다.

 아! 산상에서 외치고 싶은 언어, 파아란 가을 하늘 귀퉁이를 입에 물고 뱉어 놓고 싶은 언어, 청옥 빛 바닷물 한 바가지 떠 더욱 푸른빛으로 맑은 마음으로 뱉어 놓고 싶은 언어가 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언어라 함부로 말하지 않으리라. 오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기에 취해 옮겨놓는 발길마다 풀벌레들도 겨울로 가기 위해 하나 둘씩 떠나가는 계절입니다.

 따뜻한 남쪽에 있는 오름이라 그런지 초여름에 피는 보리수꽃이 은은한 은빛으로 꽃 향을 피우고 있습니다. 바람에 살랑일 때마다 보리수 꽃향기가 속삭이며 지나갑니다.

 들꽃들이 제법 많이 있는 오름입니다. 보랏빛 나비나물이 눈길을 끌고, 개망초, 엉겅퀴,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어여쁘게 피어 군산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군산에서 바라보는 산방산,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 범섬, 문섬, 섶섬, 짙푸른 바다, 뚜렷하게 보이는 수평선, 잔잔한 물결, 평화로워 보이는 태평리, 하예리, 청옥 빛 바닷소리를 들으며 꿈결 같은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이 아름답습니다.

 은빛으로 물든 억새꽃들의 살랑임 속에 가을볕에 강아지풀이 금빛으로 반짝이며 청옥 빛 바다로 이어주는 은빛의 속삭임이 잔잔히 흐르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산을 했습니다. 태평리 마을을 지나 하예동 한적한 해안도로를 가노라면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이 몸을 뒤척이며 조약돌을 어루만집니다.





논짓물


청옥빛 바다로

달음질치는 논짓물


한여름 슬피 울었던 매미의 슬픔을 안고 달려가는 것일까

농부들의 땀을 씻겨 내리는 논물이 흘려

안식처의 계절에 깊고 깊은 안식을 취하려 가는 것일까

한여름 맑고 고운 아이들의 남기고 간 웃음을 안고

까르륵 거리며 가는 것일까


노오란 감국의 향기를 가득 담은 물소리,

청옥빛 바다로 달려가는 가을이다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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