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황금빛처럼 찬란한 금붓꽃

제주영주 2006. 5. 2. 10:43

 

 

 

▲ 황금빛처럼 찬란한 금붓꽃이 한라산 자락에 피었습니다.
 

찬란한 태양은 자그마한 풀꽃의 그림자까지 사랑할 줄 압니다.
어둡고 습한 곳으로 살포시 내려와 황금처럼 찬란한 들꽃을 피워내는 오월입니다.

이제 곧, 여름으로 치닫겠지만, 한라산은 지금 막 봄꽃들을 피워내느라 분주해졌습니다.

앉은뱅이 제비꽃이랑 황금알을 낳는 민들레꽃이 활짝 웃고 있는가 하면, 도란도란 모여 숲의 노래를 부르는 현호색의 합창소리에 신바람이 난 숲은 파란 하늘을 끌어 당겨오기도 하고, 소슬바람에 눈부신 햇살이 나래를 펴며 양지꽃 웃음 속으로 살포시 내려앉기도 합니다.

만나는 풀꽃마다 찬란한 웃음으로 아름다운 오월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아름다운 몸짓으로 흔들어 댑니다. 찬란한 웃음에 차마 모른 척하고 지날 칠 수 없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가면서 숲길을 걸어가노라면, 분단나무가 반겨주기도 하고 빈 나뭇가지 사이로 올벚나무의 몸짓이 보이기도 하며, 향기로운 향기를 담고 하늘 저편까지 봄 편지를 날려주는 목련꽃이 손짓합니다.

▲ 금붓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특산종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나지 않을 듯한 숲길은 지루하기보다는 그 어디엔가에 눈부시도록 찬란한 꽃이 황금 마차를 타고 달려올 것만 같습니다. 보이는 들꽃마다 눈맞춤을 하면서 걷다 보니 피로하기보다는 힘이 저절로 납니다.

틀림없이 황금빛으로 찬란한 금붓꽃이 피어 있을 거라는 믿을 갖고 자신을 믿으며, 찬란한 금붓꽃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가슴은 부풀어 올랐습니다. 설령 찬란한 금붓꽃을 만나지 못한다 하여도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들꽃이 있기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며, 고즈넉한 숲길을 거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금붓꽃은 제주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월이면 황금 마차를 타고 내려와 한라산 자락 그 어디엔가 황금빛처럼 찬란하게 피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끝나지도 않을 듯한 숲길을 걷다 보니 드디어 콩닥콩닥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황금 마차를 타고 달려왔을까요? 찬란한 눈부심에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오월의 황금 마차를 타고 달려온 금붓꽃은 황금처럼 찬란하며 눈부십니다. 찬란한 눈부심을 뽐내지도 않으며 양지바른 곳에 살며시 오월의 햇살처럼 웃음 짓고 있는 금붓꽃과의 눈맞춤이 이뤄졌습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 동안 들여다 보았습니다. 나풀거리는 꽃잎에는 꿀샘으로 인도하는 아름다운 갈색 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황금빛으로 찬란한 금붓꽃은 노랑붓꽃과 비슷하여 혼동하기 쉬우나 한 개의 꽃대에 오로지 한 송이만 달리는 것이 노랑붓꽃과 다릅니다. 노랑붓꽃보다 작기 때문에 애기노랑붓꽃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습니다.

찬란한 자신을 보란듯이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발길이 뜸한 깊은 산중에 피어있습니다. 금붓꽃을 보고 있노라니 황금빛처럼 찬란한 눈부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오월의 태양처럼 찬란한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오월의 눈부신 햇살처럼 찬란한 금붓꽃이 오름마다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살며시 입맞춤을 하고 나서야 발길이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