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 한권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새하얗게 지새우며
20년이 된 낡은 노트 한 권을 꺼내봅니다
내 추억이 담겨 있는 노트엔
많은 언어들이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곱게 핀
달맞이꽃 하나를 꺾어
낡은 노트 속에 넣어 뒀습니다
언젠가는
내 사랑하는 친구에게
책갈피를 만들어 줄까 하고
마련해 둔 달맞이꽃잎,
이제는….
그 노란 달맞이꽃잎도
슬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가끔은 옛날이 그리워지면
한 번씩 꺼내 읽어보곤 합니다
내 지난 모습이 그려진 노트한 권
눈물젖은 사연들….
모두가 지금은 고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노트에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에 앉아 낙서를 합니다
20년이 된 노트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다시 주인이 돌아와 주기를
언젠가 그 노트 속으로
돌아갈 겁니다
내 추억이 묻어있는 노트 속으로....
오늘 여기에
내 낙서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