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속 이야기

남자도 가끔은 운다

제주영주 2006. 8. 27. 23:31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조금 일찍 오지 않고" 나의 말엔
아무런 응답도 없이 텁석 소파에 앉는 것이었다.

그러자 곧바로  전화를 걸면서 목소리를 깔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다정스럽게 "자… 맨…?" 이러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저렇게 속삭이듯이 말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늘 아침잠이 많기 때문에  내일을 위해 준비를 해둬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식구들은 굶기 때문이다.

나는 모르는 척하고 오늘 아침 식사를 위해 준비하기도 바빴다. 그러면서도 괜히 신경은 그쪽으로 갔다.

 

"난…. 오월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인데"  여전히 목소리는 차분하고 부드럽게 속삭이듯 조금은 슬픈 목소리였다.

그리곤 신랑은 전화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서 산 자여~~따르라~~~

앞서서 나가서 산 자여~~따르라~~


노래가 끝나자 여전히 슬픈 목소리로 상대에게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동생이 음력 5월에 죽었어…, 얼마 없으면 기일인데 투쟁하다 갔어….장례식날이 노래 부른 거야"


그리곤 계속 부드럽게  "이 형 말을 이번만은 네가 들어야 하지 않겠니…?"
전화를 붙들고 한 40분 정도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대충은 나도 알기 때문에  조용히 내 할 일만 하고 나서 저녁을 차려주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먼저 간 동생이 많이도 생각난 모양이다. 하긴 얼마 없으면  기일인데….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신랑이 참으로 안쓰러워 졌다.

 

내 말을 안 들어서 날 힘들게 할 때도 많지만, 가끔은 신랑이 안쓰러워 질 때도 있다.

몇 해전에 교통사고 났을 때도 그랬다. 많이는 다치지 않았지만, 검사를 받는데 약물 부작용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춥다고 으스스 떠는데 많이 애처로웠다.

 

남자도 가끔은 운다. 나를 꼬드길 때도 울었다.

자기 친한 친구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면서…. 이젠 자기는 혼자라면서 눈물을 글썽이며 애처롭게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난 넘어간 것이다…….그 눈물에 그리곤  그 눈물에 속아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가장 애처로울 때는 기죽어 있을 때이다.
남자들이여!!!

언제든지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일어나세요!

생활의 전선에서 고생하는 그대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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