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움트는 봄 '세복수초' 꽃망울 터트려

제주영주 2006. 3. 8. 19:07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사랑의 메시지가 울려 펴지기 시작했어요. 
 
겨울 숲길을 걸으면 나는 마치 숲이 아니 푸른 물결 일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듭니다. 아무리 여럿이 있어도 들려오는 것은 푸른 물결이 몸부림치며 달려오는 깊은 고독의 물살과 보이는 것은 외로운 나목의 슬픔만이 보일 뿐입니다.

 

▲ 복수초는 행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꽃으로 설련화, 원일초, 얼음새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입춘을 맞아 황금얼굴을 살며시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슬픈 나목의 수군거림에 갇혀버릴 듯한 외로움 속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도 그 어느 누구도 듣지 못합니다. 겨울의 외침은 어느새 나목의 수군거림 속에 빠져들어 버리고 다시금 덮쳐오는 것은 거센 파도의 몸부림뿐입니다. 겨울 숲은 외롭고 고독했습니다.

외롭고 고독했던 겨울 숲에 등불처럼 세복수초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숲은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을 것입니다. 황금 등불을 들고 외로웠던 숲을 환하게 밝힐 것입니다.

세복수초는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복수초입니다. 개복수초와 비슷하며 꽃받침은 5장으로 꽃잎보다 짧습니다. 꽃보다 잎이 먼저 돋아나 무성하게 자라며 꽃이 활짝 피면 마치 황금잔에 황금 술이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손톱만 한 초록 꿈이 몇 날 며칠 꿈틀거리더니 아기 새의 깃털을 닮은 초록 잎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개를 살며시 드니 대지의 꽃으로 2월의 꽃으로 황금잔을 들면서 봄의 찬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랑의 메시지를 위해 황금잔을 바치는 대지의 어여쁜 미소가 시작되었습니다. 1월부터 기다리던 사랑의 메시지가 한라의 땅에서도 첫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봄이 왔다고” 오름마다 굽이치는 소리, 얼음장을 녹이며 샛노란 얼굴을 살며시 내밉니다.

 

 

 

▲ 봄의 꿈들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봄의 꿈들이 움트기 시작하면서 오름마다 피어나는 봄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봄은 거센 파도를 타고 왔나 봅니다. 나목의 수군거림이 출렁거리며 새 생명을 뿌려 놓습니다.

대지의 살갗을 에는 칼바람 사이로 봄은 꿈틀거리며 달려왔습니다. 거센 파도를 타며 출렁거리는 봄의 소리가 가슴팍으로 스며들면서 새처럼 깃털을 펄럭이며 날아오릅니다.

봄은 설렘으로 다가오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들꽃은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사랑의 메시지입니다.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뜨거운 사랑의 열기로 대지를 녹이며 사랑의 메시지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얼음장을 뚫고 살며시 고개를 드는 봄의 전령, 세복수초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웠던 날은 가고 새날을 위해 “황금잔을 들라! 대지는 축복의 기쁨을 받아라!” 오름마다 황금잔을 들고 사랑의 메시지가 전파될 것입니다.

세복수초 사랑의 메시지가 전파되면 눈처럼 고운 변산바람꽃, 귀여운 새끼노루귀들이 모두 모여 천상의 꽃밭을 이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