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갯내음이 풍겨오는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하얀색 풍력발전기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풍경이 보인다. 바닷바람을 모아 빙빙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는 행원리의 매력이며 자산이다. 바람의 고향인 제주답게 바람을 이용하여 전기를 모으고 있다. 행원리의 풍력발전기의 풍경은 이국적이다. 또한, 여행객은 행원리만의 가진 환상적인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제주는 이처럼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섬광의 빛으로 반짝이며, 사계절을 열어놓는 천혜의 바다가 있다.
종달리의 해안도로로 접어들면 바람에 서걱거리는 갈대숲이 보인다. 청둥오리 떼가 한가롭게 노니는 풍경이 펼쳐진다. 눈부신 햇살이 잔잔한 물 위로 또르르 굴러 내리며 살며시 속삭인다. 반짝임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광채를 지켜보는 지미봉이 우뚝 솟아있다. 특히 우도 서빈백사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지미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치 아름답다. 물안개 피어오를 때쯤이면 옥빛 바다 너머로 보이는 지비봉은 몽환적이다.
지미봉은 제주시의 동쪽 끝 마을, 종달리 꼬리 부분에 있다 하여 땅끝이란 의미로 ‘지미봉’이라 불린다. 이 오름은 비고 150m로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진 화산체다. 오름 정상에는 봉수가 있었는데, 북쪽으로 왕가봉수, 남쪽으로 성산봉수와 교신했다고 한다.
지미봉 입구에서부터 반겨주는 들꽃은 오름을 오르는 이들에게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초겨울로 접어든 날인데도 들꽃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바닷가 마을의 겨울은 늦게 오나 보다. 보랏빛 나비나물로부터 시작해서 보랏빛 꽃향유, 망자의 슬픔을 달래주는 쑥부쟁이의 애틋함, 어여쁘게 꽃송이를 피워낸 고들빼기도 억새 틈에 끼어 오름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확 트인 바다가 가슴팍으로 스며들면서 출렁거린다. 그 출렁임 사이로 작고 낮은 섬 하나가 뭍으로 발을 뻗으며 다가와 있는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이 보인다. 시원한 바다 사이로 마치, 물소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형태인 우도와 우뚝 솟은 성산일출봉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출봉, 일출봉과 손을 잡고 뻗어가는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 놓은 맥들이 고요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색색 지붕들이 모여 사는 바닷가 마을의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풍족해 보이는 바다의 자원 때문일까….
오름에 오르면 그 오름을 볼 수 없지만, 오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오름을 보려면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한다. 사람도 그러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그 사람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그 사람의 내면은 볼 수가 없다. 그 사람 안에 들어가야 만이 그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오름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오름에 오른다. 그리고 오름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오름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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