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새미소

제주영주 2006. 3. 9. 12:40

 

성스러운 오름

금악리에 있는 새미오름

 

가을을 알리는 억새꽃이 오름마다 들녘마다 수를 놓는다. 들녘을 따라 가을 호수가 있는 새미오름을 오른다.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목장 근처에 천주교 성소인 삼뫼소 은총의 동산이란 표지석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담한 야외음악당처럼 꾸며진 기도소를 지나 대형십자가에 이끌려 고요함이 잔잔히 흐르는 가을 호수에 다다른다. 커다란 화구호가 펼쳐진다. 오름 분화구에서 펼쳐지는 호수다. 화구호 주위로 5개의 봉우라가 원을 그리듯 둘러져 있다. 새미오름은 비고 30m로 야트막하여 동산 같은 느낌이다. 오름에 샘이 있어 새미오름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오름은 천주교에서 성지로 조성된 곳이다. 샘이 솟아나는 주변으로 예수의 생애가 조각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죄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또한, 하나의 소망 정도는 모두 가지고 살아간다. 성스러운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자연적인 호수를 인위적으로 단장을 해 놓았다. 호수 주위로 15(환희, 고통, 영광) 로사리오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가을바람 속으로 엄숙하며 고요 속에 은은한 가을의 연주곡이 들려온다. 잔잔히 흐르는 호수 주위로 다섯 개의 봉우리가 둘러싸여 있다. 그중의 하나인 '삼뫼소 은총의 동산'에는 예수님의 생애를 조각해 놓여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비양도는 아름다운 별나라 섬 하나가 성큼 다가와 앉은 듯하다. 은총의 동산을 내려와 추석을 앞둬 깔끔하게 단장한 묘를 지나 억새와 띠들로 뒤덮은 야트막한 봉우리로 발길을 옮긴다.

사락사락 억새풀이 옷깃을 적신다. 가을바람의 속삭이는 오름 능선에는 둥근이질풀과 산박하이며, 빨갛게 핀 오이풀꽃이 만발하다. 억새 풀 틈 사이로 가을바람이 스친다. 초연한 모습으로 묵묵히 피어나는 가을 들판의 꽃, 소박한 쑥부쟁이가 만발하게 피어 제법 가을임을 알린다.

가을 편지라도 부치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 들판 길 따라 소박한 쑥부쟁이 꽃처럼, 들판 길에서 또는 어느 산모퉁이에서 가을을 알리는 편지를 쓰고 싶은 계절이다.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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