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법정악

제주영주 2006. 3. 9. 12:39

 

 

수백 년 묵은 나무들의 합창…호젓한 숲 속으로 '가을마중'

서귀포 자연휴양림 나들이… 숲에서… 편히 쉬어

 

스르륵스르륵 은빛 날개 비벼대는 풀벌레 소리로 숲속의 가을밤은 깊어만 간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가을이다. 넉넉히 주고도 또 주고 싶은 가을이다. 가을을 두 눈에 가득 담으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진다. 가을을 따다가 입 안으로 넣으면 가을 향으로 사르르 물들어간다. 가을을 두 손 가득 담으면 넘쳐나는 풍요로움으로 주렁주렁 열린다. 가을을 마음속 깊이 넣으면 가을 향으로 솔솔 넘쳐난다. 집을 짓는 가을, 가을이여. 참새 떼를 쫓는 허수아비의 고된 일과도 풍요롭다. 은빛 날개 속으로 가을은 무르익어가고 풍요로워지는 대지여. 하늘이여, 헐벗은 이들에게조차 입맞춤으로 나눌 수 있는 풍요로움으로 가득 채우게 하소서.

숲속의 하룻밤은 풀벌레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풀벌레들의 마지막 연주곡이 끝나면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며, 숲속을 일제히 깨운다. 팔랑거리며 일어서는 숲속의 산책길 따라 법정악을 오른다. 법정악은 서귀포자연휴양림 내에 있으며, ‘법정이오름이라고도 불린다. 자연림으로 뒤덮은 법정악은 비고 90m로 완만하다.

자연의 숨결 소리가 살아 숨 쉬는 숲길을 걷는다. 소슬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고 숲속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는 아침, 새들이 노랫소리로 가득 채워지는 숲길, 단정하게 정돈된 숲속의 산책길을 따라 들어가면, 새로운 하루가 열린다. 희망이 주렁주렁 열리는 숲길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 하루도 가볍게 훨훨 날아오르는 날개를 달고 꽃을 찾아서 떠나본다.
숲의 숨결이 폴폴 넘쳐나는 길 따라 들어가면, 싱그러운 물결이 팔랑거리며 하늘을 덮는다. 아름다운 자연의 숨결이 들려오는 숲길 따라 30분쯤 가노라면, 물놀이터로 들어설 수 있다. 물놀이터는 법정악 남사면을 끼고 동쪽으로 굽이쳐진 계곡과 만나는 지점에 있다. 물속으로 해님도 들어와 노닐다가는 법정악 계곡은 울창한 숲속에 숨겨진 계곡이다. 구름도 하늘 연못 속으로 징검다리 건너 뛰어든다.
법정악 남동쪽 계곡 언덕에 조촐한 절(법정사) 위에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고 하는데, 법정사와 마르지 않은 샘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두고, 물놀이터를 빠져나와 산길을 걷는다. 법정악으로 오르는 길에는 지난해에 떨어졌던 갈색 낙엽들이 흙 속에 묻혀있다. 바스락거리는 힘조차 없는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오르다 보면 정상에 서게 된다.
난대림으로 뒤덮은 법정악은 원추형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웅장한 산방산 뒤로 마라도가 보인다. 서귀포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 그 섬들이 있어 더욱더 아름다운 관광지가 되는 서귀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는 오름과 섬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법정악 산책코스를 내려와 오토캠프장을 지나서 생태관찰로에 접어든다. 생태관찰로는 숲 사이로 나무다리가 길게 이어져 있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게끔 벤치가 놓여있다. 숲속의 향기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숲속의 다리를 지나 자연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천국의 길을 걷는다.

 

평화의 길

 

숲, 버팀목으로 뿌리를 내린 나무여,

 

새들의 낙원, 지상의 낙원으로

 

초록의 엽록소를 솔솔 풀어내는 초록댐,

 

천국의 길 초록댐 다리를 건너 평화의 길로 간다

 

 

신발을 훌훌 벗어 던진 채

 

맨발로 오솔길 따라 접어들어 가면

 

햇살 속으로 배시시 웃음 짓는

 

숲 사이로 푸른 하늘이 열리며

 

평화의 길이 열린다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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