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안에 내가 있네!

외돌개

제주영주 2006. 3. 9. 13:20

 

 

비경 간직한 제주의 해금강

외돌개 산책로에서


▲ 서귀포 칠십리 바닷가

 노을빛처럼 타오르는 감귤원, 한라의 정기를 이어 망망대해로 치닫는 폭포수, 청옥빛 바다 위로 점점이 떠 있는 섬, 깎아지른 해안가 절벽기암, 피그말리온이라 하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을 만치 육모의 정교함으로 빗어진 신비스러운 주상절리대, 이처럼 천혜의 자연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축복의 땅 서귀포시, 타오르는 감귤빛 햇살처럼 실루엣 같은 부드러움으로 연중 포근한 서귀포시로 향했습니다.

 서귀여고 옆 '돔배낭골'로 접어들면 서귀포 칠십리 해안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꿈과 낭만을 실은 유람선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섬과 섬 사이, 바다와 하늘 사이로 바다보다 짙은 옥빛 천국의 계단을 잇습니다.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바닷바람이 적당히 불어오는 갯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며 천혜의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외돌개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햇살처럼 웃는 민들레, 오밀조밀한 꽃잎에 하늘을 담아내는 개불알풀, 귀를 쫑긋 세운 광대나물, 하얀 이를 활짝 들어낸  장딸기의 헤픈 웃음, 해풍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피어나는 들꽃들을 볼 수 있듯이 봄은 해풍에 몸을 싣고 달려와 제일 먼저 해변의 들꽃을 깨우고 오름으로 오릅니다.

 굽이 휘어지는 산책로에 조화를 이룬 자연의 오묘한 질서, 서두르지 않으며 때를 기다리다 피어나는 들꽃의 고운 마음에 해풍의 돛은 오름으로 이어 한라의 정상에 도달합니다.

 해안기암 절벽에 생명의 씨앗을 내리고 몇백 년이 지났을까. 구부정한 허리, 해풍에 더 이상 자라지 못한 작달막한 키, 비옥한 땅도 아닌 바위에 뿌리를 내려 꿋꿋하며 당찬 해송의 삶은 내 고향의 삶, 선조들의 삶입니다.

 거센바람을 이겨내며 희망의 붉은 해를 마시고 오늘에 이른 해송이 늠름하게 즐비하게 늘어선 산책로를 따라가면 삼매봉에서 바다로 향해 치닫는 소의 머리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일명 '소머리바위'라 부르는 이 바위 위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며 에메랄드빛 바다에 떠있는 범섬, 문섬, 새섬, 절벽기암 가까이 외로운 외돌개가 서 있습니다. 높이가 무려 20m가 되는 외돌개 정수리에는 마치 머리처럼 자란 작은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외돌개 비문에는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분출하여 굳어진 기암으로,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하여 외돌개라 한다. 바위의 높이는 약 20m이고 둘레는 약 10m이다. 고려말 최영장군의 제주를 강점한 몽고인 세력인 묵호의 난을 토벌할 때 외돌개 앞바다의 범섬은 묵호들의 최후 항생지였다. 최영장군의 속임수로 이 외돌개를 장군으로 치장시켰던바 묵호들은 대장군이 진을 친 것으로 여겨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외돌개를 일명 장군석이라고도 한다. 이 외돌괴가 선 고석포는 우두암, 선녀바위등 기암절벽이 둘러싸고 있어서 남주해금강이라고 일컬어진다.'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역사적인 전설 외에도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어 일명 ‘할망바위’라고도 합니다. 고기잡이 떠난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할망바위를 위로라도 하듯이 바다직바구리가 날아와 한참이나 앉아 망망대해를 지켜보기도 하고 외롭게 선 외돌개를 바라봅니다.

 애절한 그리움으로 바다보다 시리게 푸르러 퍼런 멍으로 물들었을 할망바위, 기다림의 미학은 에머랄드빛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해풍에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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