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안에 내가 있네!

선돌

제주영주 2006. 3. 9. 14:04

 

 

옛 그리움이 묻어나는 선돌


 서귀포시 상효동 산 85번에 있는  선돌 선원은 선덕사를 지나 2km 정도 자연림으로 울창 숲길을 걸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연과 벗삼아 숲길을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 속에 빠져도 좋겠지요. 또는 우연히 아름다운 들꽃들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상록수림으로 울창한 숲 향기를 맡으며 걸어가 보세요. 산수국이 어여쁘게 피어 반기고 있습니다. 나그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꿈처럼 안겨오는 산수국은 수수한 빛깔로 하늘을 사모하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선돌 선원에 다다랐을 즈음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두루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늘씬한 다리를 세우고 금방이라도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듯한 자세를 하고 있는 멋들어진 두루미천남성을 만날 수 있는 큰 행운을 맞이하면서 깊은 산속 선돌 선원으로 향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걸어가지 마세요. 나무들의 언어와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주는 의미 또는 울창한 숲 속에 작은 키를 곧추세우고 서 있는 아주 귀한 꽃을 만나면서 천천히 걸어가세요.

 상록수림이 끝나면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선돌이 보입니다. 쌉싸래한 향기가 풍겨오는 녹차 밭이 푸르도록 펼쳐지며 숲 사이로 언뜻 초가가 보입니다. 깊은 산속에 청빈한 초가, 옛 그리움으로 물들게 하는 초가에는 누가 살까요?

 깊은 산속 초가에서 한 달 만 살았으면 달그림자 별그림자 밟으며 풀벌레 울음소리 한 달 내내 들어봤으면 저녁연기 구들장으로 스며들어 옷섶마다 옛 그리움으로 젖어들고 달그림자 품고 있는 문을 열어 먹물 풀어놓고 슬프도록 한지에 그리고 싶어라.

 별을 품은 적송이여, 달을 품은 벽오동나무여, 밤새 슬피 울어대는 대나무 숲이여! 그 옛날 수많은 난이 자생했다지, 아,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도 찾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여! 그래서 밤마다 나무들은 별을 품고 달을 품으며 울어대는구나.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봉황새는 벽오동나무에만 둥지를 틀고 열매는 대나무열매만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청빈한 초가 앞에는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신성하게 여겨온 벽오동나무가 서너 그루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상서롭게 여기는 새, 봉황새가 벽오동나무에만 둥지를 틀고 대나무열매만을 먹는다고 합니다.

 벽오동나무 근처에서 꽃향기가 풍겨옵니다. 달콤한 향기의 주인은 꽃치자 입니다. 치자꽃에 비해 꽃치자는 흔치 않습니다. 꽃치자는 꽃잎이 겹꽃입니다.

 초가에는 떡차를 만들어서 숙성시키고 있었습니다. 떡차는 보이차처럼 오래도록 숙성시키면 숙성시킨 만큼 맛이 일품이라 합니다. 큰스님과 마주앉아 무공해 녹차를 마시며 큰스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한란, 석곡등 자생지였다고 큰스님께서 말씀을 하시면서 내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지금에는 아쉽게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면서 내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선돌은 난이 자생하기에는 기후조건이 맞으며 또한 난대림 지역이라  각종 난이 자생할 수 있는 조건인데도 아쉽게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한라산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것이냐?  하는 질문에 시원스레 답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진정 한라산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그저 말로만 한라산을 사랑합시다. 자연을 아낍시다. 아무리 소리 높여도 그 소리 뒤에는 자연을 훼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자연지킴으로 감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자연만이 후세들에서 남겨 줄 수 있는 보물입니다.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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