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안의 섬, 마라도 "그 속에 내가 있었네"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다녀와서
푸른 바다를 가르며 찾아간 곳은 최남단의 마라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과 바람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리덕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마라도 해안선은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절벽 밑에는 거대한 해식 동굴이 보입니다. 해식 동굴 안으로 검푸른 물살이 철썩이며 현기증이 일만큼이나 마라도를 들썩이게 하지만 마라도는 끄떡없이 그 자리 그곳에 태곳적부터 묵묵히 거대한 현무암석 덩어리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금단의 섬이라 여겨져 온 마라도에는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면서부터 농경지로 바꾸기 위해 섬에 불을 놓았던 것입니다. 석 달 열흘 동안 불이 탈만큼이나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인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햇빛을 가릴 만한 아름드리나무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곱게 깔린 융탄자 같은 잔디로 넓은 정원을 꾸며 놓은 섬, 하얀 학무리들이 찾아드는 섬, 바다만이 세상인 섬에 앉아서 해돋이를 바라보다 뒤로 돌아앉으면 저녁노을이 곱게 물드는 섬, 바다로 낙하하는 별들이 총총 모여 한 가족이 되는 섬, 마라도.
여느 가정집 같은 정원에 곱게 깔린 잔디와 아담한 화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학교 교문은 보통 우리가 보는 교문과는 다릅니다. 정낭으로 되어 있으며 낮은 돌담으로 학교 주의를 빙 둘러 있습니다. 교실 안에는 선생님과 학생 그리고 파도와 바람이 살며시 들어와 한데 어울리는 마라분교, 마라도에서는 선생님이기보다는 부모님이라고 해야 어울릴 듯싶습니다.
긴 타원형인 마라도 해안가 주변을 한 바퀴 거닐어도 좋고 자전거로 마라도 해안 일대를 둘러보아도 좋습니다.
괭이밥, 해국, 애기달맞이꽃, 씀바귀, 개미자리, 보랏빛 무꽃, 눈부신 햇살을 가득 담으며 피어나는 키 작은 꽃들이 무리지어 마라도에 삽니다.
슬픈 전설이 내려오는 '애기업개당'의 전설을 알고 갔더라면 마라도를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또한, 대문바위를 보지 못하고 서둘러서 와야 했다는 것이 더욱 아쉽습니다. 갑자기 마라도를 가게 되어서 마라도에 대한 정보가 미흡한 나로서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마라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마라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마라도유람선 사무실에서는 마라도 전설이 담긴 가이드북을 나눠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