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안에 내가 있네!

선돌

제주영주 2006. 3. 9. 12:30

 

 

깊은 산속 초가집…들어서니 거기가 깨우침의 도량

몸과 마음은 건강하게… 영혼은 맑게…


▲ 잠시라도 모든 시름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색에 잠기고 싶은 곳

 5.16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선덕사'란 큰 사찰이 있습니다. 선덕사를 지나 산 쪽으로 난 숲길을 한참 올라가다 보면 '선돌'이 있습니다. 산새들이 지저귀기는 숲, 맴맴~~ 울어대는 매미의 짧은 생을 생각하면서 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실바람에 초록향기 불어오는 숲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다지도 길지도 않은 生,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숲길을 한참 걸어가다 보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오랜 세월 동안 꼿꼿하게 푸름을 자랑하는 적송들이 숲을 덮고 있습니다. 울창한 숲 사이로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기암괴석에 압도당하면서 들어선 곳이 바로 '선돌'입니다.

 숲 사이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초가가 언뜻 보입니다. 산세가 당당하면서도 아늑함을 주는 곳에 누가 살고 있을까요? 백구 두 마리가 조용히 마중을 옵니다. 백구의 안내를 받으며 도달한 곳은 자연 속에 파묻힌 청빈한 초가 앞에 옛 그리움이 간절해집니다.

 자연을 벗 삼아 덩그러니 외롭게 자리 잡은 초가의 정취에 취하면서 뜰을 거닐어 봅니다.

청빈한 스님이 거처하면서 도를 닦는 곳이라 화려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이곳에는 고즈넉함이 감돕니다. 귓전을 울리는 소리는 산새들이 슬프게 울어대는 소리와 가냘픈 날개를 비벼대는 풀벌레들의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인간의 만들어내는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는 곳입니다. 오로지 자연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잠시 짊어진 짐을 벗어 놓고 속세를 떠난 스님처럼 원두막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니 유유히 떠가는 뭉게구름을 타고 하늘 위를 거닐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연못에 비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깨달음도 없이 어제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우리에게 펼쳐 놓은 시간이라서 우리는 그저 즐기고 있는 것일까요. 아, 내일이 온다고 무조건 믿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일함이여! 나의 그 안일함 속에 내일을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내일, 알 수 없는 내일을···.

 대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 스르륵 스르륵 몸 비비며 울어대는 소리는 외롭다고 울어대는 소리일까? 하고 싶은 말이 목젖까지 올라와도 참느라 제 몸을 비벼대며 스르륵 스르륵 타들어가는 소리일까요?

 원두막을 지나 감나무 길이 있습니다. 감나무 잎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내일이 열립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내일이란 미래 속에 많은 것을 저축을 하며 살아갑니다. 약속을 저축합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 또는 지킬 수 없는 약속도 합니다. 희망을 저축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 속에 희망을 저축합니다. 처음에는 우주만큼 커다란 희망을 저축하다 차츰차츰 희망이 작아집니다. 깨알만큼 작아지는 희망, 그러다 희망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내일을 마감하게 됩니다.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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