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새가 되어 날아든다.
별보다 아름다운 꽃의 꿈이 펼쳐집니다.
가끔은 꽃도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일까요? 하얀 날개를 달고 끝없이 훨훨 날아가고 싶은 꽃의 욕망이 가득 채워지는 날에는 꽃도 새가 되어 날아갑니다.
지난해에 혹독한 겨울이 막 끝날 무렵 비상의 꿈을 꾸고 있는 신비로운 식물을 처음 보았습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는 조심스레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끝은 뾰쪽하고 가운데는 볼록한 긴 타원형으로 된 이상한 열매를 처음 보았습니다. 열매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혹시 벌레집일까? 살며시 열어보니 하얀 날개를 고이 접어 비상의 꿈을 꾸고 있는 100여 개의 씨앗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때 바람이 살며시 불어오더니 꿈을 꾸고 있던 작은 씨앗들은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
처음 보는 식물이라 갈색으로 된 긴 타원형의 열매를 가지고 와서는 여기저기에서 찾아봤지요. 알고 보니 ‘박주가리'입니다.
어떤 꽃이 필까. 꽃이 지고 나면 작은새로 탄생되는 꽃이 궁금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놓치지 않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박주가리는 덩굴성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이나 길가 낮은 지대에서 자라며 줄기를 자르면 백색유액이 나옵니다.
무더운 여름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별모양을 한 작은 꽃잎을 활짝 열어 놓았는데 정말 박주가리꽃 맞나 하고 의심할 만큼이나 꽃은 열매에 비해 작았습니다. 꽃잎 안을 들여다보니 두툼한 솜털을 껴입은 듯 작은 털이 밀생하여 더위를 이겨내기에는 힘들 것만 같았습니다.
별처럼 피어난 박주가리꽃은 무더운 여름날 속에서 꿈을 향해 이겨냅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서서히 여물어가기 시작합니다. 무성했던 이파리들은 대지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갈색으로 물든 열매만이 덩그러니 남아 혹독한 겨울을 지냅니다.
이듬해 대지가 꿈틀거릴 무렵이면 꿈을 꾸고 있던 작은새들은 하얀 깃털을 펄럭이며 새로운 영토를 찾아서 훨훨 날아갑니다. 꽃보다 씨앗이 아름다운 것은 솜털 같은 깃털을 펄럭이는 작은새의 꿈이 있기 때문일까요? 박주가리의 열매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만날 수 있습니다.
왕성했던 가시덩굴들이 잠잠해지는 겨울에 작고 신비로운 하얀 새를 만나보세요. 비상의 꿈을 꾸고 있는 박주가리 열매 속을 살며시 열어놓으면 잠을 자고 있던 작은 새들이 꿈틀거리며 날아갑니다. 하얀 날갯짓으로 새로운 영토를 찾아서 떠나가는 박주가리의 꿈처럼 자신의 안에 꼭꼭 숨어 있는 꿈을 별보다 아름답게 펼쳐보세요.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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