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의 꿈

바람의 속살을 닮은 난초, 약난초

제주영주 2007. 6. 21. 17:09

 

 

 

 

 

 

 

 

 

 

 

 

 

 

 

바람의 땅에서 바람처럼 고운 춤결을 이루며  피어나는 약난초를 아시나요?

비늘줄기를 약으로 쓰인다 하여 '약난초'라 합니다. 꽃이 지고 나면 여름 동안은 휴면에 들어가서 가을에 새싹이 돋아나 혹독한 겨울을 이겨냅니다.

 

헐벗은 겨울 숲에서 힘없어 보이는 잎은 땅에 누워 있는 듯, 긴 타원형의 잎은 짙은 녹색에  3줄의 주맥이 있고 마치 병든 잎처럼 옅은 노란 반점이 새겨져 있는 잎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하고 눈여겨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꽃이 피기 전부터 특이하게 생긴 잎으로 눈길을 끌었던 난초입니다.

 

보통 한 개의 잎이 나지만 가끔  두 개의 잎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약난초 잎은 힘없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잎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쌉싸래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 꽃대를 세우고 층층이 꽃을 피우며 보란듯이 날개를 펼칩니다.

     
그다지 아름다운 꽃이 피지 않을 듯한  잎을 가졌지만,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꽃은 산들바람의 속살처럼 예쁘게 피어  유혹합니다.

 

연한 자줏빛이 띠는 갈색의 꽃은 10-30송이가 늘어져 피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산들바람의 고운 속살처럼 아름답습니다.

 

흐느적거리는 꽃물결 속으로 보일 듯 말듯 한 하얀 속살,  꽃잎 속을 들여다보면 홍자색의 순판이 아름답게 보이고 하얀 꿀주머니가 보입니다.

 

약난초를 보지 못하면 장마에 시들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달려갔습니다.

칙칙한 숲은 어둡고 음산하기 짝이 없습니다.  뱀이라도 나올까 걱정이 앞섰지만  약난초의 꽃춤결을 담아보고 싶은 욕심은 무섭다는 생각 조차 접게 합니다. 꽃봉오리만 확인하고 뒤돌아갔는데 꽃이 피는 시기를 놓치고 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 줄기 빛조차 숨어버린 숲 속에서  꽃물결을 이루는 약난초의 춤결은 바람의 속살처럼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