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의 꿈

꽃이 나를 부를 때

제주영주 2007. 7. 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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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 보면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이럴 때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하나의 길은 훤히 길이 나 있는 길이고 또 다른 하나의 길은 무성한 풀숲으로 길이 나 있지 않습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나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선택했습니다.

 

처음부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길이 훤히 나 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길이 훤히 나 있는 길을 걸으면 한결 편안합니다.  하지만, 왠지 풀이 무성한 숲길로 발길이 닿았습니다.

 

풀이 무성한 숲에서는 어디선가 꿈틀거리며 뱀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마음은 길이 훤히 나 있는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발길은 아무도 걷지 않는 숲으로 뭔가에 끌리듯이 풀이 무성한 숲으로 갔습니다.

 

조금만 갔다가 돌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무성한 풀숲을 지나 자그마한 계곡을 넘었습니다. 계곡을 넘는 순간 햇살이 꽃이 되어 피어나듯 손을 흔들며 어서 오라고 반깁니다.

 

나를 부르는 몸짓이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에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크고 자그마한 으름난초들이 무더기로 있음이 더욱 놀라웠습니다.

 

비에 젖었던 숲은 금세 환해졌으며 황금빛 마차를 타고 내려왔을 듯  갓 피어나는 꽃봉오리들의 황홀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꽃이 나를 부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용히 숲길을 걸으면 아주 미세한 움직임지만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강한 힘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날도 뭔가에 끌리듯이 발길이 무성한 풀숲을 헤치고 자그마한 계곡을 넘었습니다.

 

으름난초와 천마는 다른 난초에 비해 해거리가 심한 편이라  전에 봤던 장소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해마다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으름난초는 6월과 7월, 숲 속을 헤매다 보면  보기 드물게 보입니다.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 작용을 못해 뿌리 속에 균사로 살아가는 기생식물입니다.

 

1m까지 자라며 꽃의 크기는 2cm 정도이며 원추꽃차례로 달립니다. 열매가 '으름'을 닮아서 '으름난초'라 합니다. 또는 '개천마'라 부르기도 합니다.

 

꽃이 떨어진 후 열매가 조금씩 자라면서 붉어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붉은 바나나 또는 붉은 고추를  연상케 합니다. 

 

꽃은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피는데 햇살이 좋은 날 으름난초를 만나면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눈부시게 황금빛으로 빛나며 아름답지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위험도 따르지만  행운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