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잎약난초는 제주도에만 자생하는 희귀식물입니다>
달콤한 향기로 풍겨오는 난초,
약난초와 전혀 다른 두잎약난초.
'신록이 아름다운 숲으로 가면 달콤한 꽃향기를 풍기며 반기는 꽃을 만날 수 있을까?' 두잎약난초를 만나기 위해 일 년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일 년 전 두잎약난초가 있는 오름 초입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오름으로 향했습니다. 산들바람은 적당히 살랑이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내려와 꽃무늬를 내듯 오름길을 열어줍니다. 햇살이 열어주는 길 따라 걸어가노라면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치 초록으로 물든 숲 한가운데 서 있게 됩니다.
그렇게 헤매며 눈맞춤을 하는 들꽃을 한 컷 씩 담아보기도 하지만 내 안의 진실은 오로지 두잎약난초에 관심이 쏠릴 뿐….
숲을 헤매보지만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를 두잎약난초 찾기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숲을 헤매던 찰나에 두잎약난초 촬영팀을 만났습니다. 그들 일행 중 한 사람의 안내를 받고 두잎약난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꽃잎 가까이 코를 대니 달콤한 사탕 향기가 풍겨왔습니다. 식물 전체가 약난초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두잎약난초를 처음 발견 당시 잎이 약난초와 달리 잎이 두 개씩 돋아난다 하여 '두잎약난초'라 했으나 사실상 잎은 한 개 또는 두 개의 잎이 돋아납니다.
꽃의 생김새는 한라감자난초를 닮았으나 꽃잎에 붉은 반점으로 인해 훨씬 돋보이며 화려합니다. 꽃송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마치 화려한 곤충이 나래를 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잎은 약난초에 비해 훨씬 작으며 꽃이 피기 전후로 해서 누렇게 변하면서 잎은 시들어갑니다. 아름다운 두잎약난초 앞에서 머무는 시간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 기쁨은 잠시였으니까요.
타인의 눈에 띄면 사라질 우려가 있다 하여 꽃을 꺾는 행위는 과연 자연을 보호하는 행동인지? 일 년 전 상처 받았던 기억으로 다시금 거슬려 올라갔습니다.
눈물이 날만큼이나 상심한 채 발길을 돌려 터벅터벅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희귀식물이라 하여 사라질 우려가 있다 하여 과연 꽃을 꺾어야 하는지? 자연을 접하는 자로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정 어떤 것인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합니다.
들꽃을 본다는 것은 자연 그대로 만날 수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워야 합니다.
풀꽃이 필 때는 아픈 기억들은 모두 잊고 새로운 꽃잎으로 희망을 품으며 씨앗을 맺혀갑니다. 풀꽃은 소박하지만 커다란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랍니다. 풀꽃처럼 사는 일이란 참으로 힘든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그러나 그 사랑은 잘못된 사랑임을 당신들은 모릅니다.
당신들의 식대로 사랑을 배웠기 때문이지요.
자연을 사랑하는 법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당신들의 이기적인 사랑법을 버릴 때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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