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조심스레 초록의 꿈을 풀어 놓다.
▲싱그러운 잎은 노루들이 먹잇감으로 나눠주고도 꽃대를 밀어 올리고 봄비를 맞으며 꽃을 피웠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한적한 숲으로 갔습니다. 봄비를 맞으며 숲은 초록의 꿈으로 무성하게 자랍니다.
초록으로 휘감겨 버리는 숲길이 좋습니다. 비를 맞고도 흥겨워 하는 나무들처럼 늘 푸른 꿈을 안고 사는 나무이고 싶습니다.
초록 물로 가득 채워 언제나 싱그러운 꿈들이 나래를 펴는 숲, 그곳에 가면 내 꿈도 어느새 초록의 날개를 달고 높이높이 날아오를 듯, 막혔던 숨을 몰아쉬며 싱그러운 풀잎처럼 일어섭니다.
양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팔랑거리며 초록빛으로 가득 채워갑니다.
초록빛으로 물든 순간만큼은 힘찬 맥박이 뛰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안개 속에 가린 세상 너머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들꽃이 피었네!” 들꽃이야기만 들어도 어느새 내 안에 숨겨진 날개를 꺼내 들꽃을 찾아서 떠납니다. 바다 건너 날 수 없는 날개, 울타리 안에서만 날 수 있는 날개를 퍼덕이며 좋아라, 날아갑니다. 그러나 그 울타리 안에서조차 제대로 날 수 없는 날개, 그래서 늘 비상의 꿈을 꾸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른 낙엽을 밀어내며 은빛으로 휘감긴 기다란 꽃대를 뽑아 올리더니 초록의 꿈을 안은 채 눈보라 속에서 몇 달을 지내고 나서야 봄바람에 숨겨둔 날개를 조심스레 꺼내, 고매한 눈빛으로 숲을 바라보고 있는 보춘화를 만났습니다.
향기는 없으나 고매한 눈빛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초록의 언어가 숨겨져 있습니다.
봄을 알리는 식물이라 하여 보춘화, 더딘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와 초록의 꿈을 풀어놓았습니다.
초록의 양팔을 벌리고 나래를 폅니다. 보춘화의 꿈은 저 멀리 날아가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뿌리를 내린 곳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초록의 숲 속에서 초록빛으로 물들어 놓은 초록의 꿈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려 합니다.
그 자유롭게 풀어놓은 초록의 꿈 안에는 하얀 입술에서 풍겨오는 숲의 언어가 있습니다.
그 숲의 언어에 우리는 싱그러운 세상 속으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싱그러운 잎은 노루들이 먹잇감으로 충분했는지, 노루들에게 나눠주고도 상처뿐인 잎을 꼿꼿하게 세우고는 은빛 꽃대를 밀어올렸습니다. 어쩜 사랑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지요. 나의 일부를 묵묵히 나눠주는 일, 그러고도 자신의 할 일을 다하며 꽃을 피우는 보춘화처럼 살아가는 일이겠지요.
어제의 슬픔도 오늘의 근심도 보춘화를 보고 있노라면 사라져갑니다. 꽃잎 속에 숨겨진 행복의 돛, 그 누가 알겠습니까? 마음속 가장자리에 꽃의 이야기가 있는 한, 행복의 돛은 푸른 하늘을 비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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