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은난초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꼬마은난초와의 숲길 트레킹
완연한 봄빛으로 물들어가는 숲이 좋습니다. 이제 막 돋아는 연둣빛 새순을 보노라면 첫발자국을 내딛는 첫 마음처럼 설렙니다.
깊은 숲 속에 오솔길이 지루할 만큼이나 길게 이어졌지만 내게는 사색의 숲길이라 할만큼이나 아름다우며 운치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깊은 숲 속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설렘으로 가득 찬 첫발자국을 찍어 놓습니다. 끌로드 첼리의 "첫발자국"을 떠오르며 아름다운 오솔길을 걸어가노라면 아가야 손톱만큼씩 돋아나는 새순들이 환영을 하듯 실바람에 팔랑거리며 연둣빛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새록새록 들꽃들이 피어나는 숲길을 거닐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오롯이 피어나는 들꽃의 환영을 받으며 걸어가는 오솔길에는 산새들이 노랫소리에 즐겁기도 하지만 노루들이 자기의 영역에 들어왔다며 무섭게 울부짖기도 합니다. 노루의 울음소리는 무섭게만 들릴 뿐 사실 노루는 겁쟁이라 인적 소리에 숨어서만 울부짖습니다. 혹시 들개가 갑자기 나타날까 봐 으스스하지만 숲의 교향곡을 듣노라면 어느새 으스스한 느낌은 사라져 가며 깊은 숲 속에 빠져 들어갑니다. 숲은 바람소리에 연주도 곧잘 합니다.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데 숲은 바다의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악기도 없이 숲은 바람을 이용하여 바다의 교향곡을 연주를 하는 걸 보면 숲은 요술쟁이가 틀림없습니다. 나는 틀림없이 숲 속에 있는데 외로운 바다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몸을 맡기듯 바다의 교향곡을 듣습니다. 신비로운 숲입니다. 연둣빛으로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숲은 시나브로 초록 숲으로 변하겠지요. 짙은 초록 숲으로 변해 갈 즈음이면 봄꽃들은 사라져 갑니다. 숲 속에서 자라는 봄꽃은 오래가지 않으므로 부지런해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비바람에도 꽃이 시들해지고 말지요. 특히 야생란은 흔히 볼 수 없으므로 발품을 많이 팔아야만 만날 수 있습니다. 보춘화 다음으로 피는 꼬마은난초는 키도 작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지도 않으며 흔히 만날 수 있는 난초가 아닌데 운 좋게도 오솔길에서 만났습니다. 마른 낙엽을 뚫고 햇살을 향해 고개를 드는 꼬마은난초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키는 어른 손가락 만큼하며 하얀 꽃을 피워냅니다. 은난초를 닮은데 키가 작으므로 꼬마은난초라 합니다. 꼬마은난초는 이름만큼이나 귀엽습니다. 자그마한 키에 하얀 꽃이 수줍은 듯 실눈을 뜨고 살며시 바라봅니다. 꼬마은난초도 봄볕이 그리워 오솔길로 나들이 나온 듯 제법 귀여운 꼬마은난초들이 오솔길을 걸어가듯 총총히 서 있네요. 자그마한 꼬마들 뒤를 따라 좇아가려면 앉은뱅이가 되어야 합니다. 오솔길에서 앉은뱅이가 되어 한 발씩 내디디며 자그마한 꼬마은난초들과 눈맞춤도 하고 무엇보다는 밟힐 수 있기 때문에 조심조심 땅밑을 살펴야 합니다.
살며시 눈을 감은 채 아름다운 숲의 연주곡을 듣고 있는 꼬마은난초와 눈맞춤을 하고 나서야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숲의 소리에 다시 귀기울여 보았습니다.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숲은 아름다운 교향곡과 함께 또 다른 난초들이 분주하게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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