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자그마한 연꽃, 애기어리연

제주영주 2007. 9. 4. 18:47

 

 

 반영이 아름다운 수생식물, 애기어리연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습지를 찾는 이들에게 순백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좀어리연은 세상에서 가장 자그마한 연꽃입니다.

 

여름날 몇 차례  비가 퍼붓고 나면  자그마한 수생식물은 물속으로 잠겨버립니다.

수생식물 대부분이 오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맑은 날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 아름다운 선물을 제대로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구르다 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좀어리연의 반영을 멋지게 담을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이번에도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는 만큼 다음이란 약속을 남겨놓습니다.

 

 보일 듯 말듯 자그마한 꽃, 좀어리연, 좀향유, 좀민들레 등 큼지막한 꽃에 비해 작기 때문에 '좀'이란  접두사가 붙습니다.  '좀어리연'보다 '애기어리연'이라 부르는 것이 정감이 가고 사랑스럽습니다.

 

애기어리연은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수생식물입니다.  첫눈에도 애기어리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어리연에 비해 아주 작습니다.  꽃의 생김새는 비슷해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릅니다.

어리연의 꽃자루는 길게 올라오는 반면에 애기어리연의 꽃자루는 짧아 수면으로 올라와도 꽃만 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어리연과 애기어리연 크기를 비교해보면 마치 엄마와 아기를 보는 듯 애기어리연은 손톱만큼 작고 아기처럼 귀엽습니다.

 

1cm도 채 되지 않는 자그마한 하얀 꽃송이가 수면으로 올라와 꽃을 피우는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빠진 미소년 나르시스 같습니다.

 

물속에 비친 좀어리연의 모습에 빠져 버린 것은 사실 애기어리연이 아니라 습지탐사에 나선 우리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에 정신이 나가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거머리가 슬금슬금 다리에 붙는 줄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반영으로 인해 더욱 빛나 보이는 애기어리연 꽃잎을 찬찬히 살펴보면 색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꽃잎 뒷면 끝 부분에 연분홍 점을 찍어 놓은 듯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손톱만큼 자그마한 꽃이라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으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수생식물의 아름다움은 반영에 있습니다. 바람도 숨죽이듯  스쳐 지나가는 못 속으로 피어나는 애기어리연의 반영은 고요함이 깃든 한편의 詩가 되어 습지를 찾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선물로 안겨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