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탐라에는 작고 앙증맞은 풀꽃이 피어납니다.

제주영주 2007. 9. 5. 15:07

 

 △탐라계곡에 피는 '탐라풀'

 

-제주에는 탐라풀이 있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풀꽃, '탐라풀'-

 

제주에는 다양각색의 풀꽃이 많습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풀꽃, 그들이 있어 크고 화려한 꽃들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크고 화려한 들꽃에 가려 관심조차 주지 않지만, 작고 앙증맞은 꽃을 피우면 그들만이 아름다운 세상을 열어갑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는 자그마한 풀꽃이 그리워 보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작고 앙증맞은 풀꽃은 바람만 스쳐도 뚝! 뚝! 소리도 없이 고개를 떨구고 맙니다. 이처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풀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탐라풀을 처음 본 것은 작년 가을입니다. 꼭두서니과 탐라풀은 한라산 탐라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어 '탐라풀'이란 이름을 가졌습니다.

 

탐라계곡에서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탐라계곡에서 탐라풀을 찾아봤으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찾아본다 하여도 꽃이 하도 작아 눈에 띄지 않는 풀꽃입니다.  그런데도 머릿속에서는 탐라풀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르다 보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 속에서 남몰래 탐라풀 씨앗을 뿌렸나 봅니다.

 

가슴 한 켠에 씨앗 한 톨을 뿌리고 사랑으로 가꾸다 보면 어느새 세월의 바람을 이겨낸 듯  눈앞에 황홀한 광경으로 펼쳐지나 봅니다.  습지탐사에서 뜻밖에 작고 아름다운 탐라풀을 만났습니다.

 

가을 햇살이 잔잔히 스며든 습지로 느긋하게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언제부터 그 자리를 지켰는지 모를 풀꽃이 함초롬히 피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자그마한 소리로 부릅니다.

 

초록 풀잎 사이로 빠끔히 고개를 내민 작고 앙증맞은 하얀 얼굴은 보일 듯 말듯 풀잎에 가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줄기에는 다소 백색 털이 있으며 꽃잎은 4장이며  8-10월에 하얀 꽃이 핍니다. 꽃의 크기는 5mm도 채 되지 않아 지나칠 수 있는 자그마한 풀꽃입니다.

 

작고 가냘픈 꽃은 바람만 스쳐도  뚝 뚝 떨어집니다.  소리도 없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풀꽃,  올해도 눈맞춤  해봅니다.

 

이렇듯 가슴 한 켠에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다 보면 소리도 없이 꽃을 피우고 사랑이 넘쳐 흐르는 잔잔한 음악으로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