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바위에 꽃이 피다. ' 바위떡풀'

제주영주 2007. 9. 12. 08:17

 

 △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바위떡풀'

 

가을날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바위 결에 붙어 자라는 자그마한 하얀 꽃이 나풀거리는  바위떡풀을 보았을 겁니다.

 

비옥한 흙도 아닌  높은 산  습한 바위에서 꽃을 피우는 바위떡풀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내년에도 어여쁘게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이끼가 자라는 바위틈에 발을 뻗어 내렸지만 깊게 내릴 수 없어  웅크리다 차츰차츰 가늘고 작아져 버린 발, 포기할 수 없는 생명의 빛은  달도 별도 되지 못해 가을의 문턱에서 눈물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바위떡풀,

 

밤하늘의 달이 되고 싶었으나  별이 되고 싶었으나,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운명은 나를 찾는 이들의 가슴에 소박한 액세서리가 되겠습니다.

 

소녀의 고운 머릿결에 꽃처럼 어여쁜 머리핀으로 또는 당신의 허름한 가을옷에 화사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브로치로 장식하겠습니다.

 

보는 이들의 가슴에 별보다 달보다 고귀한 선물로 안겨오는 바위떡풀은  범의귀과로 습한 바위에 붙어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꽃잎은 하얀바탕에 약간의 붉은 빛이 띠며, 위 꽃잎 3개는 작고 아래 꽃잎 2개는 길어 大자로 보이기 때문에 '대문자초'라고도 하며, 잎이 넓고 호랑이 귀를 닮은 모양이라 하여 '광엽복특호이초'라고도 합니다.

 

가을에 피우는 꽃들은  대부분이 눈에 잘 띌 수는 빛깔을 지녔습니다. 청보랏빛, 자줏빛,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자손을 퍼트리지만, 바위떡풀은 한 줌의 흙도 없는 바위에 온 힘을 다해 가느다란 줄기를 뻗어 후세를 만들어갑니다.

 

 

습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는 척박한 곳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꿋꿋함을 보여주는 바위떡풀은 절실한 애정을 필요로 하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꽃말이 '절실한 사랑'인가 봅니다.

 

바위떡풀은 습한 밀림 속에서 공기 중에  소량의 이슬과 햇빛을 먹고살아 가는 고독한 꽃, 우츄프라카치아를 닮았습니다. 결벽증이 강한 식물, 우츄프라카치아는 한 사람이 끊임없는 애정을 가지고 만져줘야만 살아가는  상상 속의 고독한 식물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애정으로 살아갑니다. 또는 우리는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애정을 쏟습니다.

식물 역시 우리의 끊임없는 애정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애정이 있는 한 그들은 한없이 어여쁘게 피어나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의 우츄프라카치아입니까? 또는 당신의 우츄프라카치아는 누구입니까?

 

 

 

우츄프라카치아

 

 


습한 밀림 속에서

고독한 채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아닌

다른 이가 다가오면

시름시름 앓다 죽어버립니다

 

 


당신의

애정 어린 손끝으로

나의 생명줄은

뿌리를 깊이 내립니다

 

 


당신의

애정 어린 보살핌에

나의 잎줄기는

하늘로 향합니다

 


당신의

애정 어린 말 한 마디에

나의 꽃잎은

햇살 가득 담아냅니다

 

 


 

나는

당신의 숨결과

당신의 영혼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아가는

우츄프라카치아 입니다

 


 

나는

당신의 하나뿐인

우츄프라카치아 입니다.


 (우츄프라카치아는 김하인의 소설에 나오는  상상 속의 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