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하늘정원에 핀 '쑥부쟁이'

제주영주 2007. 10. 22. 20:49

 ▲   하늘과 오름을 잇는 구름다리

 

 가슴이 시리도록 아려오는 들꽃

 

은빛 들녘마다 풀잎의 노래가 잔잔히 들려오는 가을날입니다. 서글퍼지는 풀잎의 노래에 가을의 몸짓은 갈바람 속에 묻혀 헤매다 하늘 정원을 만들었나 봅니다.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조심스레 발길을 옮겨 놓았습니다.

 

눈길 주는 곳마다 소박한 쑥부쟁이 꽃이  가을바람에 흐느적거립니다.

기댈 곳이 없어 그저 바람에 맡긴 채 흐느적거리는 쑥부쟁이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시리도록 아려옵니다.

 

 

간절한 바람마저 이룰 수 없었던 사랑, 기다림에 지쳐 눈물로 핀 쑥부쟁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 정원을 꾸며 놓은 오름 산상으로 아름다운 구름다리가 내려왔습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구름다리를 건너 대장장이 딸 쑥부쟁이가  살포시 내려와 소박한 미소를 지을 듯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 불렀습니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딸 쑥부쟁이는 병든 어머니와 11명의 동생을 돌보며 쑥을 캐러 다녔습니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구해주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구해줬습니다.  사냥꾼은 이다음 가을에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서울로 떠났습니다.

사냥꾼의 약속을 믿고 쑥부쟁이는 가을을 몇 번 기다렸지만, 사냥꾼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쑥부쟁이는 어느 날  곱게 단장을 하여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몇 년 전에 구해준 노루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로운 세 개의 구슬을 주고는 산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효성이 지극한 쑥부쟁이는 한 개의 구슬을 입에 물고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어머니가 씻은 듯이 완쾌되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쑥부쟁이는 애타는 그리움에 한 개의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자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미 결혼을 하여 처자식을 둔 사냥꾼을 더는 사랑할 수 없어 마지막 남은 구슬을 꺼내 입에 물고 가슴 아픈 소원을 말했습니다. 사냥꾼을 처자식이 있는 집으로 돌려보내게 됩니다.

 

그 후 쑥부쟁이는 11명의 동생을 보살피며 산나물을 캐다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쑥부쟁이가 죽은 산등성이에는 더욱 많은 나물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쑥부쟁이가 죽어서까지 동생들의 굶주린 배를 걱정하여 많은 나물이 돋아난 것이라 믿고

그 후 사람들은  그 꽃을 쑥부쟁이 나물이라 불렀습니다.

 

기다림에 지쳐 그리움으로 물든 꽃, 쑥부쟁이는 가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들꽃입니다.

무정하게 어디서나 잘 자라는 소박한 들꽃이지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눈개쑥부쟁이, 바닷가 부근에 피는 갯쑥부쟁이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개쑥부쟁 등이 있습니다.

 

연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은  쑥부쟁이가 살아서 지니고 다녔던 주머니 속의 구슬과 같은 색이며

꽃대의 긴 목은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는 쑥부쟁이의 간절한 그리움입니다.

 

가슴이 시리도록 아려오는 쑥부쟁이 꽃이 흐드러지게 핀 가을 녘에서 대장장이의 딸 쑥부쟁이의 간절한 그리움을 이 가을에 느껴보세요.

 

 

 개쑥부쟁이

 

 

 눈개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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