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보랏빛이 아름다운 풀꽃,

제주영주 2007. 10. 29. 14:14

 

 ▲ 풀꽃도 가을이 깊어가면 갈수록 섧도록 눈물 짓습니다.

 

 

 

 

 

 

 

 

 

 

 

 

 

 ▲ 양지바른 습지에서 자라는 개쓴풀.

 

 ▲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네귀쓴풀.

 

 

 

▲ 아기 무덤가에 핀 '자주쓴풀'

 

 

 

 

 

섧도록 향기나는 '자주쓴풀'


가을이 깊어 갈수록 하염없이 울고 있는 풀꽃을 아세요?

강인했던 풀꽃도 가을이 깊어가면 갈수록 하염없이 눈물짓습니다. 서글퍼지는 일이 없어도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에 가슴이 시리도록 아려옵니다.


바람결에 날리는  나뭇잎 한 잎에도 서글퍼지고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풀잎의 노랫소리에도 서글퍼집니다. 알 수 없는 서글픔에 눈물이 나는 가을날, 아기 무덤마다 자그마한 키에 보랏빛 눈물이 고여 흐르는 자주쓴풀은 아픔이 참으로 많은 풀꽃인가 봅니다.


찬 서리에 몸을 맡긴 채 꿈꾸는 너는, 알겠지

저물녘 볕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할 거라는 걸

저물어가는 가을 녘  오름마다 보랏빛 꿈으로 피어나는 너는, 

삶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며 미소 짓겠지

풀숲에 가려 가슴이 뭉개져도 보랏빛으로 빛나는 너는, 알 거야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걸….



자주쓴풀은 용담과의 두해살이 풀이며  꽃명에서 알 수 있듯이 쓴맛이 나기 때문에 쓴풀이란 이름을 가졌습니다. 쓴풀 종류로는 고산지대에 피는 네귀쓴풀, 습한 곳을 좋아하는 개쓴풀, 대정쓴풀, 자주쓴풀 등이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네귀쓴풀, 개쓴풀, 자주쓴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름날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네귀쓴풀은  4장의 하얀 꽃잎에  파란 점이 찍혀 있습니다. 네귀쓴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비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장의 꽃잎마다  자그마한 단춧구멍처럼 보이는 귀가 있습니다.  이 귀는 선체(腺體)입니다. 네 장의 꽃잎마다 귀를 가지고 있다 하여  네귀쓴풀이란 이름을 가졌지요.


가을이 시작되면 개쓴풀이 피기 시작합니다. 개쓴풀의 다른 이름은 나도쓴풀이라고도 합니다. 개쓴풀은 양지바른 습지에 피며  5장의 꽃잎 안에는 하얀 샘털이 수북하게 나 있습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찬 서리가 내리 시작하면 양지바른 오름에는 '자주쓴풀'의 가을 노래가 시작됩니다.


5장의 꽃잎 안에는 자줏빛 샘털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꽃잎 안으로 스며든 보랏빛 눈물이 핏줄처럼 흐르는 자주쓴풀은 서럽도록 울었는가 봅니다.


말 못할 설움이 꽃잎 안으로 스며들어도'나는 괜찮아, 이렇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거야'라며 미소 짓는 자주쓴풀은 양지바른 오름 등성에 피어나 깊어가는 가을 하늘을  바라봅니다.


가을 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가을 하늘처럼 맑고 청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서 피어나는 저 들녘 들꽃의 소망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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