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빛 억새와 조화를 이루는 따라비는 가을을 대표하는 오름이라 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따라비능선에서 바라보는 오름군
▲ 보는 방향에 따라 느낌이 시시각각 색다르게 다가오는 따라비
가을이면 한층 은은하게 불어오는 갈바람 속으로 은빛 지느러미들이 파닥이는 들판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하얀 손을 흔들며 환영하는 은빛 물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은빛 지느러미가 돋았는지, 출렁이는 오름 능선 따라 유영(游泳)하듯 은은한 가을 속으로 젖어 든다.
은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들녘을 누비며,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듯 멋들어지게 가을볕에 누워있는 따라비오름을 오른다. 은빛 가을 속에서 가을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이 가을에 아름다운 오름과 들꽃의 향연을 찾아서 은빛 물결 출렁이는 들녘으로 떠나보자.
따라비오름은 표고 334m, 비고 107m로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 오르는가에 따라 그 느낌이 시시각각 다르다. 따라비오름은 표선면 가시리에 있지만, 가시리 쪽으로 오르는 것보다 성읍 2리 방향으로 가면 따라비오름의 아름다움을 두 배로 만끽할 수 있다,
보일 듯 말듯 파도처럼 굽이치는 따라비오름. 억새 물결 사이로 보일락 말락 능선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억새 들길을 한참 가다 보면, 눈앞에 은빛 물결 사이로 끊어질 듯한 능선이 굼부리로 빠져들다가 다시 솟아나는 능선에 시선이 꽂힌다. 그 모습은 마치 굽이치며 출렁이는 거센 파도처럼 살아있는 듯 역동적인 몸놀림이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 억새꽃이 흐드러지게 핀 능선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뗄 수 없다.
따라비오름으로 가는 길목에는 온통 억새꽃으로 출렁인다. 길목에 핀 물봉선 무리가 땡! 땡! 종을 치면, 싱그러운 종소리에 들녘은 가을 창을 열어 억새 물결 사이로 오름을 그려 놓는다. 계절이 그려놓는 오름, 살랑살랑 나부끼며 손짓하는 억새 꽃물결 사이로 출렁거리는 따라비오름.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으로 흔들림 없이 그 자리 그곳에서 가을이면, 실루엣을 걸치고 가을볕에 눕는 따라비오름. 가을날, 억새 들길 따라 걷노라면 은빛 물결 사이로 보일락 말락 아름다운 곡선에 탄성이 절로 난다.
그 누가 알몸으로 들판에 누워서 뒹굴 수 있을까. 물결을 일렁이는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당당하게 파란 하늘 아래 알몸으로 뒹굴 수 있을까? 오로지 아름다운 곡선미를 가진 오름만이 특권이다. 알몸으로 누워 있어도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숨김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이겠지. 어느 누가 자연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파도치는 은빛 물결을 지나 출렁거리는 따라비오름 정상. 저만치서 물결을 출렁거리며 다가오는 오름군이 빙 둘러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들꽃이 가을볕에 반짝이기 시작하면서 오름에는 가을 축제가 열린다. 한라산의 들꽃이 한발 한발 내려오더니 오름마다 보랏빛으로 곱게 물들인다.
기다림으로 그리움으로 시간을 보낸 날들이다. 가을 들꽃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으나, 산 그림자처럼 쓸쓸한 채 휑하니 부는 갈바람만이 가득 담고 돌아서야 했다. 그런 날들을 보상하듯 드디어 오름마다 보랏빛 향연으로 들꽃축제가 열린다.
가을날 따라비오름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해 질 무렵,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은빛 반짝임 속에 출렁이는 능선을 따라 오르는 것이다. 파도를 타는 듯 굽이치는 능선을 올라 북쪽으로 바라보면 따라비오름의 유래가 흥미롭다. 이 오름의 유래를 보면 지조악(地祖岳) 한자의 뜻을 빌어 땅하래비로 불리다가 따라비로 와전되었다는 설도 있다. 따라비오름 주위로는 모지오름, 장자오름, 새끼오름이 있다. 그중 따라비오름은 산체가 크고 위용을 갖춘 오름으로 한 가정의 웃어른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의 서열이 나열된 듯 손자는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손지오름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럴듯하게 붙여진 오름 이름들이 신기하다.
따라비오름은 원형과 말굽형의 복합을 이룬 굼부리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연이어져 있다. 굽이치는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어느새 인자하신 할아버지 품 안에서 어린아이로 돌아가 동심의 세계를 거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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