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그리고 나

"겨울 한라산의 경이로움을 느껴봐요"

제주영주 2009. 1. 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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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새해 첫날을 축복하는 눈이 내렸다. 한라산에는 백의 옷을 갈아입고 장관을 이뤘다. 당장에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주말인 3일 한라산으로 향한다. 어리목 무료셔틀버스가 제주고등학교 입구에서 오전 8시부터 20~30분 간격으로 오후 4시까지 운행된다. 굳이 번잡하게 자가용을 이용할 필요 없이 무료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고요를 깨우는 소곤거림 속에서 한발 한발 겨울의 진미 속으로 젖어든다. 어리목 광장에는 겨울 한라산 정취를 즐기려는 도민과 관광객으로 붐빈다. 어리목코스는 한라산 서북쪽 코스로 4.7㎞ 되는 완만한 거리다. 졸참나무 서어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계곡을 지나 하늘로 잇는 계단을 향해 오른다.
도란도란 소담을 나누며 동행할 사람이 없어도 전혀 외롭지는 않다. 겨울 산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외로울 것 같아 보이는 나목의 침묵 속에서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온종일 하얀 눈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외롭고 추운 겨울날 나목의 굳건함과 삭히고 인내하는 침묵의 소리를 조용히 듣는다.
사람들은 숲으로 비추는 태양을 향해 오른다.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하늘 한번 쳐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힘든 고지를 지나면 틀림없이 태양이 비추리라 믿으며 희망을 안고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희망이 있는 한, 태양을 가린 어둠일지언정 온 누리에 환하게 비추리라 믿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겨울 나목의 침묵만이 고요히 흐른다. 영원히 하얀 겨울 속으로 갇혀 버릴 것만 같다. 눈부신 태양이 꽁꽁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숲을 슬그머니 녹인다.
헉헉거리는 발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신비롭게도 하늘 가득 만발한 눈꽃이 아름다운 세계로 안내한다. 하늘은 쪽빛으로 푸르다. 하늘을 가린 나무들은 겨울꽃을 피워내 한층 아름다움을 토해내며 반짝거린다. 하늘로 향하는 계단은 버겁다. 그러나 눈부시도록 순백의 숨결이 밀려오는 경이로움에 힘겨움도 잠시 잊을 수 있다.
1시간 정도 걸었을까. 하얀 겨울 속으로 갇혀 버릴 것만 같은 숲을 벗어나자 확 트인 사제비동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는 한라의 정기가 철철 흐르는 사제비약수터가 있다. 답답했던 가슴까지 탁 트이는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설원이 펼쳐지는 세상 속에서 희망찬 꿈을 설계해보는 것도 좋다. 침체된 경제도 시원스레 트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순백의 섬, 아름다운 한라의 숨결이 물결치듯 황홀한 설원이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진다. 이제부터 평온의 길이다. 쪽빛 하늘 아래 펼쳐지는 설원의 한라산. 드디어 온누리에 비추는 태양 아래 섰다. 우리들의 희망도 한라산 설원에 비추는 태양처럼 밝게 비추리라 믿는다.
오던 길을 뒤 돌아보면 발아래는 구름으로 가득 차, 마치 구름 위를 걸어가듯 황홀하고 신비롭다. 한라산의 경이로움은 이뿐 만은 아니다. 손에 잡힐 듯 아름다운 체망오름이 시선을 붙잡는다. 그 너머로 몽울몽울 구름이 깔려 마치 선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구름이 부악을 휘감듯 스멀스멀 몰려오다 이내 멀어졌다 술래놀이를 하는가 하면, 시시각각 변화무상한 신비로움을 연출한다.
하얀 구름도 한라산을 찾는 이들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신령스러운 산임을 알린다. 한라산에는 자연의 빚어낸 예술 작품도 연출한다. 제주의 바람이 빚어낸 '겨울 한라 산새'다. 어떤 것들은 자그마한 앙증맞은 새, 거대한 독수리 등 갖은 새들이 설원에서 진풍경이 펼쳐진다.
새의 날개가 웅크리고 있는 것은 저 멀리 높은 곳을 향해 날기 위해 웅크리고 있다. 우리의 삶이 비록 녹록하지만, 그 또한 미래를 향해 잠시 웅크리고 있을 뿐이라, 언젠가는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끊임없이 쉬지 않고 내일을 향한다.
이렇듯 제주 바람과 겨울 한라산이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백록담 화구벽을 눈앞에 두고 최근 새로 단장한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하게 된다. 윗세오름 대피소에는 한라산을 찾은 인파로 몰린다. 여기서 영실코스와 어리목코스 두 길로 나눠 몰려든 인파는 분산된다.
겨울 산은 오르는 것만큼이나 내려가는 길 또한 좋은 교훈이 된다. 목적지를 향해 오로지 앞만 보며 걸었던 자신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서, 자신이 걸어온 어제의 일들을 되새겨 보는 여유로움이 생긴다.
바삐 걸었던 발걸음과는 달리 한가로움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오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겨울 산의 성찰을 새롭게 느낄 수 있다. 맹추위가 몰아쳐도 흐르는 물은 결코 얼지 않는 법, 헐벗은 겨울나무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깊은 내면으로 들어선다. 비움으로써 단단해지는 나무의 곧은결이 하늘을 품어 봄을 잉태하고 있다.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끄떡하지 않을 나무의 굳건함을 아로새기는 겨울 산은 순결하고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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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려보면 겨울 나목의 침묵만이 고요히 흐른다.  

 

 

 

 

하늘은 쪽빛으로 푸르다. 그 푸르름을 가린 나무들은 겨울꽃을 피워내 한층 아름다움을 토해내고 있다

 어느덧 확트인 사제비동산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황홀한 설원이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쪽빛 하늘아래 펼쳐지는  순백의 섬, 바로 아름다운 제주이다.

 

 사제비 동산에 있는 약수터에 시원스런 물 한모금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한라산은 시시때때로 신비로움이 연출된다. 하얀 구름도 한라산을 찾는 이들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드디어 온누리에 비추는 태양아래 서 있다.

 

 

 

아름다운 시야가 펼쳐지는 한라산의 설원,  손에 잡힐 듯 아름다운 체망오름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너머로 몽울몽울 구름이 깔려 있다.

 

 

 

 구름이 부악을  휘감듯 스멀스멀 몰려오다 이내 멀어졌다 술래놀이를 한다.

 

 

 끊없이 이어지는 등산객들이 한라의 설원을 걷고 있다.

 

 

 

 

 

 

 

 

 

 

 

 

 

 

 제주의 바람과 한라산의 빚어낸 예술품, 독수리

 

 

 겨울산의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