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름다운 길

호젓한 가을 숲길로 가다

제주영주 2007. 11. 7. 11:10

 

 

 

 

 

 어리목계곡

 ▲한라산의 불꽃은 어느새 한라산 기슭으로 내려와  계곡마다 타오르고 있습니다.

가을을 찾아선 그들..

 호젓한 숲길

▲붉게 물든 단풍 숲길 따라 낙엽을 밟으며 거닐고 싶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단풍 숲길 따라 낙엽을 밟으며….

 

단풍 숲길 따라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지난 추억을 생각하며 거닐고 싶은 가을입니다.

 겨울. 봄. 여름을 들쳐보면 모든 것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합니다. 만약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면 그 아름다움은 아련히 떠오르다 세월과 함께 잊혀갈지도 모릅니다. 

 

고3 때 영실 계곡으로 소풍을 간 적이 있습니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처럼 영롱한 빛을 받으며  타오르는 단풍의 아름다움에 신로움이 깃든 영실 계곡의 조릿대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당시 풀꽃 이름조차 모를 때였으니 조릿대를 '키 작은 대나무'라 부르며 조릿대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제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피부로 처음 느끼게 되면서 영실 계곡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단풍이 물들 즈음이면 애들을 데리고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오르지 않아도 영실 계곡까지 산책 겸 거닐면서 곱게 물든 단풍 숲사이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가을의 정취를 느껴 보아도 좋습니다.

 

제주에서는 그 어디를 가든 詩가 되고 그림이 되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굳이 어디로 갈까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데로 갔다가 돌아와도 좋습니다. 돌아와서 펼쳐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습니다.

 

바닷가로 오름으로 누비다 보니 한라산의 만추를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 횡단 도로를 타고 달렸습니다.

 

한라산의 불꽃은 어느새 한라산 기슭으로 내려와  계곡마다 타오르며 이내 우리들의 가슴마다  붉게 물들어 놓습니다.

 

오색으로 물든 한라산 단풍 따라 불게 타오르던 만추도 어느덧 바람이 되어 휘날리며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시나브로 낙엽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1100도로를 지나 거린사슴 숲으로 갔습니다. 시멘트로 되어 있어 있는 숲길은 편리하게 갈 수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차로 진입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천천히 걸어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숲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걸어도 좋습니다. 가을은 화려하지 않은 채색으로 다가와  저물어갑니다.

 

다갈색의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끝자락에서 핀 가을꽃과의 만남에 행복해 하기도 하지만, 철없이 피어난 제비꽃과의 눈맞춤에 놀라 발길을 멈추기도 합니다.

 

자그마한 키에  붉은 열매가 대롱대롱 열린 자금우의 사랑스러움처럼 가을은 결실의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철 잊은 봄꽃들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가을볕이 잔잔히 숲사이로 부서져 내리면 단풍들은 한층 빛을 내고 살랑이기 시작하며 어느새 발밑으로 내려와 앉습니다.

 

이 가을에 단풍 숲길 따라 그 쓸쓸함에 묻어나는 향기를 맡으며 날이 저물도록 거닐어도 좋겠습니다.

타오르다 남은 재는 쓸쓸함으로 돌아가는 계절이 되어 상념에 젖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