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름다운 길

겨울 숲길.. 사색의 길을 걷다.

제주영주 2009. 1. 17. 23:10

 

 

 

 

 

 겨울에는 하얀 눈밭을 뛰어보거나 하얀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연일 내린 눈이 쌓여 겨울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는 가운데 겨울 숲길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5.16도로 교래리 입구 방향으로 약 600m 지점 일방통행 갈림길 왼쪽으로 보이는 외진 숲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숲길은 새하얀 눈길을 마련해 놓고선 누군가를 기다리듯 한줄기 겨울 빛이 숲 사이로 내려와 길을 안내합니다.

 

겨울빛은 여느 계절의 빛과는 달리 한줄기 희망의 빛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 날씨는 우울하고 침울한 가운데 한 줄기의 빛을 받으며 지상의 생명은 보이지 않는 숨결로 새로운 꿈을 꾸기도 합니다. 이처럼 겨울빛은 소중한 생명에 힘을 불어 넣습니다.

 

한줄기 겨울 빛을 받으며 낯선 숲길을 걸어가는 데는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넘쳐납니다. 바람도 잠시 멈춘 듯 포근한 겨울 햇살만이 숲 사이로 가득 비추며 파란 하늘이 숲 사이로 열립니다.

 

한 여름에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숲을 장식했던 산수국이 하얀 눈 밭에 단아한 모습으로 그 빛깔 또한 수수한 빛으로 저문 채 겨울을 보내고 있음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화려한 꽃보다 수수하게  피다지는 산수국의 뒤안길은 슬픔보다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흐릅니다.

 

이렇듯 자연의 숭고함 속에서 묻어나는 겨울 숲은 사색의 길로도 충만합니다. 자연의 친구, 바람과 빛을 공유하며 동물들이 스쳐 지났던 길은 그저 한가롭고 도심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새들과 노루들이 걷는 숲길처럼 이 길은 새와 노루들이 남겨 놓은 발자국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동물들이 남겨놓은 발자국에 이끌리듯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동물들의 발자국을 살펴보니 가끔은 숲길을 이탈했으나, 눈이 소복이 쌓인 곳을 피해 곧게 잘 다져진 숲길을 걸어간 흔적이 흥미롭습니다.

 

동물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뽀드득 뽀드득 새하얀 눈을 밟으며 햇살 비추는 숲길의 끝은 어딘지도 모른 채 마냥 걸었습니다.

 

봄에는 희망으로 손짓했던 숲, 한여름에는 푸름으로 울창했던 숲, 가을에는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어 선사했던 숲, 겨울에는 사색의 길로 초대하는 숲,  사시사철 아름다운 숲길이 끄트머리가 궁금 합니다.

약 1시간 정도 걷다 보니 제주절물휴양림 내에 있는 절물오름 등반로 표지판이 보입니다.

 

이 길은  큰절물오름 자락으로 약 4km 정도 이어졌으며,  식재된 삼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이 숲길은 완만하여 트레킹 코스로도 좋습니다.

 

휴양림 내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겨울 정취를 취하려는 사람들이 산책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신기하듯 만져보기도 하고 콧수염도 만들어 봅니다. 이처럼 눈은 맑은 동심으로 이끄는데 한몫하기도 합니다.

 

낯선 이들이 찾아 왔다고 까마귀들이 까악~ 까악~ 지저귑니다. 연못은 까마귀들이 놀이터가 됐습니다. 까마귀들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기도 하고 꽁꽁 언 빙판에서 놀기도 합니다.그러다 후다닥 나무 위로 날아가 버리기도 합니다.

 

절물휴양림에는 삼나무 숲길이 이어지는 '삼울길'을 천천히 거닐어도 좋습니다.
그저 함박눈이 휘날리듯 조용히 천천히 한발 한발 사색의 길로 접어보는 것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