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사월은 꽃비로 날리우면 운다

제주영주 2008. 4. 8. 21:56

 

 

 

 사월은 꽃비로 날리우면 운다

 

사월은 눈송이처럼 피어
꽃비로 내리네

 

슬픔에 젖은 꽃잎은 구천을 헤매다
꽃비로 내리네

 

그날은 하늘도 통곡하며 울었어라
힘없는 민중은
속절없이 쓰러져갔네

 

그날의 영령들이 환생하는 사월!
꽃비로 날리우며 운다


 

어릴 적에  나는  나무 한 그루를 참 좋아했습니다.  나는 그 나무와 속삭이곤했지요.   꽃비로 내리는  운치도 화사한 꽃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그 나무는 4월을 알리는 꽃나무입니다. 창가에서  너울 춤을 추는 나무는 4월이 시작되면 마치 신부마냥 화사하게 옷을 갈아 입고는 부드러운 꽃잎을  날리우며 울곤했지요.

 

하얀 눈처럼 피어나는 모습이 좋아 4월이면  나무와 자주 속삭이곤 했지요. 애칭으로 '리아'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오로지 그 화사함에 이끌려 나무 아래서 한참을 서성거렸지요. 하지만 나무가 아름다운 꽃잎을 쉬지도 않고 밤새 날리우며 우는 까닭을 몰랐습니다.

 

그저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는 바람이 불어서 나무가 하염없이 우는 줄만 알았습니다.

 

죄없이 죽어간 영령들이 구천을 떠돌다 메아리쳐 오는  4월,  제주는 벚꽃물결로 출렁이며 4월을 열어 놓습니다. 그 화사한 봄빛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제주는 4월이 시작되면 슬픔에 잠깁니다.  그날의 영령들은 밤새 검은빛 파도를 타고  저승과 이승을 넘나들다 꽃비로 내립니다. 

 

얼마 전에 꿈을 꾸었지요. 강에는 나룻배가 있고 사람들은 상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은 집집마다 홍사등롱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집집마다  엄숙하게 단지를 들고 나와   나룻배에 실어 놓았습니다.  상복을 입은 사공은 노를 저어  강을 건너 갔습니다.

 

이제 그날의 영령들이 고이 잠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