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김유정의 동백꽃은 '생강나무'

제주영주 2008. 4. 10. 20:07

 

 

 봄의 심장 속으로 푹 파묻히 싶은 봄!

아! 봄은 감미로운 미풍으로 손짓하며 다가옵니다.

스멀스멀 몰려오는 뽀얀 안갯자락에 숨어 손짓하는 봄의 향기 속으로  기억의 강을 건너  개울가에 핀 생강나무의 노란 꽃송이가 아른거리는 봄의 길목에 서있습니다.

 

봄이 오는 빛깔은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연둣빛으로 아른거리며 피어오릅니다.

한발 한발 봄이 오는 길목으로 다가서 봄 내음을 맡으며 봄 속으로 걸어가노라면 풀섶 사이로 빠끔히 고개를 든 풀꽃과의 눈맞춤으로 생명의 기를 받습니다.

 

아, 수없이 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생명의 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았나 봅니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풀내음, 나뭇결 사이로 움트는 생명의 신비가 새롭게만 느껴집니다.

 

연둣빛 잎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봄의 춤사위로 꽃망울을 터트리며 손짓하는 봄의 품 속으로 살포시 누워 봄의 심장에 파묻히고 싶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나의 봄을 얼마나 남았을까? 지금까지 맞이했던 봄 정도는 남았을까? 아무도 알 수 없는 나의 봄날을 하루하루 소중하게 여겨야겠습니다.

 

스멀스멀 몰려오는 봄 안갯자락에 핀 생강나무 꽃을 맞이하려  개울가로 갔습니다.

생강나무는 암수딴그루이며 잎보다 먼저 피며 노란색의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뭉쳐 꽃대 없이 산형꽃차례로 핍니다.

 

수꽃은 9개의 수술이 있고, 암꽃은  1개의 암술과  헛수술 9개가 있습니다. 꽃이 작기 때문에 잘 살펴보지 않으면 구분할 수 없습니다.

 

산지의 계곡이나 숲 속의 냇가에서 자라는 생강나무는 산 빛을 가장 먼저 봄빛으로 물들어 놓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산기슭에서부터 생강나무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면 시나브로 벚나무,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 빛을 화사하게 물들어 갑니다.

 

생강나무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으면 생강냄새가 연하게 나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으로 산수유와 비슷하나 전혀 다른 식물입니다. 가끔 생강나무 보고 산수유로 착각하는 분도 있지요.  산수유는 제주 자생 식물이 아닙니다.

    
 동백꽃 하면 흰. 붉은 동백꽃을 떠오르겠지만 소설가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나무는 바로  생강나무를 가리킵니다.

생강나무는 가을에 까만 열매가 달리는데, 중북부지방 사람들의 동백기름 대용으로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등잔용이나 머릿기름 용으로 썼다고 하네요. 그런 연유로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 불렀나 봅니다.

 

'동백꽃' 소설에 보면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버렸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올 봄, 김유정의 '동백꽃'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연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는 생강나무가 피는 봄의 심장 속으로 푹 파묻히고 싶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