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이야기

비상을 꿈 꾸는 작은새

제주영주 2008. 2. 11. 02:17

 

 

 

 

 

꽃보다 아름다운 마삭줄 씨앗

 

상록 숲길을 걸으며 솔솔 풍겨오는 숲 향기를 맡고 있노라니 기운이 불쑥 솟아납니다.

숲길을 한참 걷다 보니 나뭇가지에 매달려 펄럭이는 아름다운 씨앗이 바람에 춤을 추듯 살랑거립니다.


씨앗의 갓 털은 마치 작은 새의 날개처럼 바람에 펄럭이며 생명의 텃밭을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합니다.

마삭줄은 용담목 협죽도과의 덩굴식물로 마삭나무라고도 합니다. 상록성으로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쑥쑥 자라 아름다운 씨앗을 멀리멀리 날려 보내려고 애를 씁니다.

 

늦은 봄부터  하얀 꽃송이가 피기 시작하여 여름까지 피는데, 마삭줄 꽃을 찬찬히 살펴보면 마치 바람개비를 닮았습니다. 꽃향기가 솔솔 풍겨오며 눈송이처럼 피어나는 마삭줄 꽃의 아름다운 유혹보다   희망의 날갯짓을 펄럭이는 씨앗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꽃보다 씨앗이 아름다운 것은 소중한 꿈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하얀 바람개비가 펄럭이다 떨어지고 나면 기다란 꼬투리가 늘어져 아름다운 씨앗을 잉태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마삭줄 꽃은 작은데 꼬투리는 마치 팥 꼬투리처럼 길쭉합니다.  겨울이 되면 꽁꽁 닫혔던 꼬투리가 터지면서 씨앗들을 날려보내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씩 비상을 꿈꾸며 날아가는 씨앗은 아름다운 나무를 꿈꾸며 싹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미 새 곁을 떠나지 못한 채 둥지를 부여잡고 떨고 있는 새처럼, 마삭줄 꼬투리 끝에 매달려 있는 작은 씨앗은 바람의 힘을 빌려 은빛 날개를 펄럭여 보입니다.  그러다 세찬 바람이 불면 용기를 얻고 자신의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갑니다.  새처럼 부두러운 하얀 갓 털을 지닌 마삭줄 씨앗이 신비롭게도 아름답습니다.

 

비상을 향해 꿈꾸는 작은 씨앗은 눈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부드러운 갓털을 펄럭이며 힘차게 날아갈 마삭줄 씨앗의 꿈은 덩굴손을 벋으며 하늘 높이 올라가 하얀 바람개비 꽃을 닮은 꽃송이를 피워 올리겠지요. 

 

꿈꾸는 아름다운 새처럼 펄럭이는  마삭줄 씨앗에 한참이나 머물었습니다. 하얀 날갯짓으로 새로운 영토를 찾아서 떠나가는 마삭줄 꿈처럼 자신 안에  꼭꼭 숨어 있는 꿈을 새처럼 훨훨 날아 펼쳐보세요.

 

 비상을 꿈꾸는 마삭줄 씨앗

 어미 곁을 떠나지 못해 둥지를 부여잡고 있는 마삭줄 씨앗

 

 

 눈송이처럼 피어나는 마삭줄 꽃 2006년 7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