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풍차의 날개에 희망을 싣다

제주영주 2011. 9. 27. 08:25

풍차의 날개에 희망을 싣다
[마을탐방]바람의 고장, 제주시 행원리…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우뚝'

   
  ▲ 행원리 해안도로에 즐비하게 늘어선 풍력발전기.  
옥빛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는 구좌읍 행원리는 신재생에너지 메카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다.

바람의 고장을 자랑하듯 커다란 풍력발전기의 날갯짓이 행원리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다. 해안선 따라 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차가 즐비하게 늘어선 풍광에 이끌려 마냥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갯냄새 풍겨오는 마을에 녹아들어간다.

   
  ▲ 행원리 올레.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는 행원리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파도를 타듯 겨울 볕이 해안가 마을 지붕마다 돌담 위로 내리쬔다. 나지막한 지붕과 돌담길로 이어지는 마을 올레가 정겹다. 노인회관 바로 옆 건물인 게이트볼 경기장에는 10여 명의 어르신이 게이트볼 경기를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었다. 

한군섭(80) 행원리 노인회장은 반농반어 마을인 행원리는 해안 중심으로 형성된 제주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환해장성을 비롯해 광해군 기착지, 신당 등은 이 마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며 손을 꼽는다

 

행원리는 환해장성, 유배문화, 해양문화, 신재생에너지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약 600년 전 김해김씨가 들어와 살면서 촌락이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행원리는 예부터 ‘어등개’라 불렸다고 한다. 

   
  ▲ 어등포.  
행원리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유배문화를 엿볼 수 있는 ‘어등포’라는 포구에는 몇 척의 고깃배가 정박해 있다. 제주의 관문은 화북이나 조천이었지만, 광해군이 제주로 유배 올 당시 날씨 탓인지 모르나, 이 포구를 통해 제주에 도착하게 됐다고 한다.  광해군은 유배지인 제주에서 비운을 마감하게 된다. 이러한 유배문화가 담긴 ‘어등포’는 행원리의 문화자원이기도 하다.  

   
  ▲ 행원환해장성.  
특히 행원리는 역사적 기념물인 환해장성을 빼놓을 수 없다. 환해장성이란 적선의 침범을 막기 위해 바닷가 주위를 돌아가며 돌담으로 쌓은 성을 말한다. 변방의 섬, 제주에는 환해장성을 쌓아 왜적의 침략을 대비했다.

방어유적의 하나인 환해장성은 현재 310m 정도 남아 있다. 이곳 환해장성은 성의 구조가 양호하게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로 꼽힌다.

‘남사록’에 따르면 “바닷가 일대에는 돌로 성을 쌓았는데 잇따라 이어지며 끊어지지 아니하다. 섬을 돌아가며 다 그러하다. 이것은 탐라 때 쌓은 만리장성이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행원리는 억척스러운 해녀의 삶과 청정바다를 빼 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다.

행원리에는 상시로 물질하는 해녀는 100여 명이지만, 일 년에 한두 번 공동작업 할 때에는 200여 명 해녀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 회장을 말했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이 마을 해녀들은 물질을 하지 않을 때는 밭일과 노동인력으로 외방까지 나가 일을 할 정도로 부지런하다”며 옹골진 해녀들의 삶을 칭찬했다. 

   
  ▲ 한군섭 노인회장.  
한 회장은 “한때는 멸치가 유기농비료로 사용될 만큼 그물을 잡아당기면 멸치가 떼로 올라올 정도로 풍부했다”면서 그 당시의 성황을 이뤘던 멸치잡이를 떠올리며 회환의 미소를 지었다.

또 한 회장은 “풍차마을로 알려지면서 자연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체험과 육상양식단지, 농공단지, 폴로경기장 등이 들어서 있어 새로운 관광지와 체험 장소로 뜨고 있다”면서 마을을 자랑했다.

행원리는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의 특성을 살려 풍력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과 차세대 전력망 구축사업인 스마트 그리드 시범단지가 조성되면서 친환경 마을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린에너지를 꿈꾸는 행원리의 날갯짓에 미래를 향한 희망이 솟구친다. <제주투데이>

   
  ▲ 행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