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바람도 쉬어가는 마을

제주영주 2013. 5. 31. 23:43

 

바람도 쉬어가는 마을

고내 비경에 취하다

 

바다와 마을 그리고 오름을 잇는 올레길을 따라 구불구불 휘어지는 해안도로의 절경 속에 숨은 비경이 담겨 있는 마을, 그곳에선 구름도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간다.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약 19km 떨어져 있는 애월읍 ‘고내리’로 향했다. 이 마을 동쪽으로는 신엄, 서쪽으로는 애월리가 근접해 있다. 남쪽으로는 고내봉이 있고 북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펼쳐지는 해안도로가 근접해 있다. 이 마을은 고내봉과 자운당, 남도리 능선 등의 고지대를 이루는 분지(分地)에 마을이 형성됐다 하여 ‘고내리(高內里)’라고 한다.

고내리 고도경(46) 이장은 “오름과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로 살기 좋은 농어촌”이라며 고내 8경을 소개했다. 이 마을 남동쪽에 있는 고내봉은 고내 4경을 품고 있다. 높이 175m로 야트막한 이 오름은 둘레길과 정상까지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 정상에는 마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탐방객을 맞이한다. 오름 중턱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운동시설도 갖추고 있다. 특히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을 일컬어 ‘용악아송(舂岳兒松)’이라 하여 고내 8경에 속한다.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는 오름길은 솔향과 솔가리로 덮여 평온함과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또한, 고내 비경 중 ‘경배목적(鯨背牧笛)’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제주의 목축문화 발전을 담당해 왔던 테우리(枚子)들의 구슬픈 피리 소리를 뜻한다. 특히 이 오름 허리 동북쪽 언저리에 옛 절터가 있다. 초록색으로 뒤덮은 이끼 낀 돌계단을 오르면 자그마한 정자 반긴다. 그 너머로 고내봉의 생성과정을 엿볼 수 있는 지층이 드러내고 있다. 이곳은 ‘고릉절’이라 불리는 수행굴로 ‘고릉유사(古陵遊寺)’라 하여 비경으로 꼽는다. 이외에도 고내리 남동쪽에 있는 하가리와 고내리를 잇는 하천을 ‘정천유수(正川流水)’라 하여 이 마을 비경에 속하나. 또한, 고내 8경 중 ‘동문잉성(東門孕石)’은 고내리 동쪽 어귀에 있는 ‘아기 밴 돌’을 마을의 수호석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주도로를 확장하면서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내봉을 하산하여 소담스럽게 이어지는 고내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푸른 바다를 낀 해안도로와 맞닥뜨린다. 하귀와 애월을 잇는 이 해안도로에는 지역 주민과 올레꾼을 위한 정자가 맞이한다. 올레 15코스 도착지와 16코스 출발지이기도 하다.

빼어난 풍광과 청정한 바다가 넘실거리는 이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비경으로 이어진다. 해안선이 구부러져 만을 이룬 곳에 한가롭게 노니는 바다의 물고기를 일컫는 ‘곡탄유어(曲灘遊魚)’와 해안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일컫는 ‘남당명파(南塘鳴波)’, 갈매기가 떼를 지어 나는 모습을 ‘손애숙구(孫崖宿鷗)’라 하여 고내 비경으로 꼽는다.

고 이장은 “고내 8경 둘레길을 조성 중”이라며 “7~8월경에 개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제주의 역사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환해장성’, ‘우주물’, ‘고내포구’, ‘보호탑’ 등이 있다. 또한, 음용수와 빨래터로 이용됐던 ‘먼물습지’에는 나무테크 시설과 정자가 설치돼 있어 지역 주민과 탐방객들에게 휴식처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고내 포구 서쪽 지점 해안가에 있는 ‘시니물’은 이 마을의 제일의 용천수로 꼽는다. 마을에선 이 못을 신의 계시로 발굴됐다 하여 ‘신니수’라고 한다. 사방이 탁 트여 노천탕과 비슷하다. ‘시니물’ 속에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멱을 감는 풍경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

 

 

애월해안도로 쉼터로 꼽는 ‘다락쉼터’에는 배 모양의 전망대와 정자, 해녀상, 별자리를 새겨 넣은 독특한 돌탑이 조성돼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 만큼 공중화장실도 세련된 건축물로 조성돼 있다. ‘다락쉼터’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 위에 평평한 빌레로 형성된 너른 곳이다. 다락처럼 이중으로 돼 있다 하여 ‘다락쉼터’라고 한다. 또한, 이곳에는 ‘애향인의 비’가 세워져 있다.

 

이와 관련해 고 이장은 “마을 발전에 도움을 준 재일교포의 고마움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해 세워졌다”고 말했다.

다락쉼터에서 굽이치는 해안도로는 빼어난 장관을 자랑한다. 이어질 듯 끊어질 듯한 길은 바다로 향해 달려가고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광활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