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뱃고동 소리 들리는 건입동을 걷다

제주영주 2013. 7. 12. 09:09

도심 속 올레길에 숨은 역사와 문화를 찾아
뱃고동 소리 들리는 건입동을 걷다

 

 

도심 속으로 흐르는 산지천을 따라 걷노라면 팍팍했던 일상도 어느덧 물처럼 흘러간다. 뱃고동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오고 낭만과 추억이 흐르는 곳, 그곳에선 바삐 걸어왔던 발자취를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다.
 제주의 해상 관문인 건입동으로 향했다. 건입동은 문화공간과 생태공원 그리고 야외 박물관 등으로 조성됐다. 이는 도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건입동(建入洞) 유래와 관련해 임봉준(61) 건입동 마을회장은 “신라 시대 고을방의 15대손인 고후, 고청과 그 아우가 신라에 갔다가 이 마을에 돌아왔다고 해서 지어진 지명”이라고 했다.

 

이어 임 회장은 “건입동에는 제주기념물 제3호로 지정된 읍성터와 칠머리당터, 고마장, 모충사, 삼천서당터, 연무정터, 동문터, 북수구문터, 문씨열려문터, 죽서루터 등의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건입동 주민은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와 문화유적의 터를 찾아 55개의 표석을 세웠다. 즉 지붕 없는 박물관이 조성된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0년 4월 23일 금산수원지 옆 건물 2층에 ‘작은 박물관’이 조성됐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품들은 130여 점이다. 전시 물품은 기증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성과로 건입동은 전국주민자치 박람회서 대상을 받았다.

 

또한, 임 회장은 “건입동은 75%가 공원으로 조성됐다”며 산지천, 사라봉, 금산수원지 생태공원 등을 소개했다. 금산수원지 생태공원에는 용천수인 지상샘과 산짓물, 금산물이 있다. 특히 건입동 번성기를 엿볼 수 있는 도내 최초의 목욕탕 터와 발전소 터도 있다.

 

 

이와 함께 이 마을에는 옛 ‘만수사’란 사찰 터에 복신미륵 ‘동자복’이 있다. 제주성 동쪽에 있는 자복이라 하여 동자복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동자복은 신장 286cm, 얼굴이 161cm로 돌하르방과 같은 형태로 모자를 쓰고 있다. 이 동자복이 세워진 일대를 미륵밧(미륵밭)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서자복은 제주시 용담3동 ‘해륜사’라는 사찰 경내에 있다. 이 2기의 복신미륵은 제주성의 수호신 역할을 담당했던 걸로 알려져 오고 있다.

 

 

특히 김만덕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해 김만덕 기념관이 착공될 예정이다. 금산생태공원 부근에 들어서는 이 기념관에는 김만덕 영정, 유품, 기록물과 김만덕 생애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한 기아체험관, 나눔교육관 나눔광장 야외 공연장 등으로 꾸며진다.

 

이와 관련해 임 회장은 “조선시대 나눔을 실천한 김만덕의 객줏집 재현은 지역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라며 “객주 터에는 당시의 주막과 건물, 거리 등으로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토속음식 판매와 마당형식 놀이와 먹을거리, 쉴 거리 등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김만덕 기념관과 객주집이 조성되면 차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제주 외항에서 용진교까지 ‘걷고 싶은 길’이 재탄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회장은 “산지천 주변에 조성될 탐라문화광장과 연계해 제주의 문화와 역사,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라봉 기슭에 자리 잡은 포제당 관련하여 임 회장은 “지역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성소인 포제당을 우선 2억 3000만 원을 들여 개보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입동 포제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터주신인 토신(土神), 오곡풍등(五穀豊登)과 육축번식(六畜繁殖)을 관장하는 농신인 포신((酺神), 거리에서 비명에 죽은 원혼을 굿으로 위로하는 가신(街神)을 모시는 제이다.

 

이와 함께 이 마을에선 사라봉에 위치한 칠머리당에서 ‘영등굿'을 매년 행하고 있다.  중요 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된 칠머리당 영등굿은 영등신 환영제와 송별제로 치러지고 있다. 칠머리당 영등굿은 제주의 독특한 해양문화로 인정받아 지난 2009년 9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무엇보다 건입동은 영주십경의 하나인 ‘사봉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제주항 너머로 떨어지는 해넘이 장관은 예부터 명소로 꼽아왔다. 또한, 이곳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일품이다. 바다 한가운데로 즐비하게 늘어선 어화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