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자연을 벗 삼은 유배길에서 힐링

제주영주 2013. 11. 19. 12:50

 

도심 속 전원 마을 오라동선계로 향하는 길

 

자연과 어우러지는 소박한 길이 펼쳐진다. 돌담길이 이어지고 좁다란 올레길과 농로길이 고즈넉하다. 그 길에는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향내가 짙게 배어 나온다. 그 향내 속에는 농부의 고달픈 삶도 서려 있다.

 

도심 속 가을의 정취와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오라동으로 향했다. 오라동은 제주 시외버스터미널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오라 1·2·3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오라 1동은 속칭 모로냇가름이라고 한다. 오라 2동은 사평, 연미, 정실마을로 구성됐다. 오라 3동은 속칭 중댕이굴이라고 한다.

 

 

오창호 오라동주민자치위원장은 오라동은 오라올레길로 유명한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오라올레길은 2009년부터 2년에 걸쳐 주민자치 특성화 사업으로 조성됐다. 오라동 고지교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방선문 계곡까지 총 5km에 이르는 하천길이다. 제주의 창조여신인 설문대할망 모자, 항소, 판관소, 깅이소, 다람쥐궤 등의 웅장한 기암괴석과 암반이 골짜기를 이룬다. 자연 친화적인 생태숲길로 조성된 이 길은 제주 시내와 근접해 있어 도민들이 즐겨 찾는다.

 

오라올레길 종점인 방선문(訪仙門)’은 영주 10경 중 하나인 '영구춘화(瀛丘春花)'로 잘 알려진 명소이다. 특히 오라동은 매년 5월이면 방선문 계곡 일대에서 방선문 축제를 열고 있다. ‘방선문(訪仙門)’은 웅장한 바위 터널이 마치 신선이 드나드는 문과 같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옛 선현들이 찾아와 계곡의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바위에는 마애명이 즐비하다. 특히 방선문은 올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2호로 지정됐다. 이와 관련해 오 위원장은 방선문의 옛 명성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라며 도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 위원장은 도심 속 전원 마을의 정취가 풍기는 돌담길 정비사업과 해바라기 꽃밭을 조성하여 주민소득사업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오라동은 몇 년 사이에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들어서면서 협소한 도로와 맞물러 주차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특히 사평마을과 연미마을은 추락구조로 형성돼 있어서 도로구획정리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평마을과 연미마을은 협소한 외길도로 사정으로 지역주민들이 주차난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연미마을은 제주4·3사건 때 어우늘 등 자연마을이 오라리 방화사건으로 전소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마을이기도하다.

 

연미마을회관 맞은편으로 나 있는 농로길 초입에서 약 50m 정도 들어가면 조설대(朝雪臺)’가 세워져 있다. ‘조설대는 한·일강제 합방 후 울분을 참지 못한 유림 12인이 의병활동을 결의하며 조선의 수치를 설욕하겠다는 뜻에서 바위에 글을 새겨 놓은 것이다.

 

 

조설대의 의미를 되찾고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오 위원장은 내 고장 바로 알기 일환으로 오는 121조설대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설대 옆에는 문연사(文淵社)’가 세워져 있다. 문연사는 최익현 선생과 제주의 대표적 유학자 이기온 선생의 덕을 추모하기 위한 제단이다. 지난 20125월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콘텐츠 연구개발센터와 제주관광공사가 면안 최익현 유배길을 조성했다. 이 유배길은 최익현 선생이 유배가 풀린 후 한라산에 오르던 중 가장 먼저 도착한 방선문 계곡까지 이어진다.

 

 

유배길은 조설대 입구에서 시작하여 민오름을 경유하여 정실마을 폭당(팽나무)을 거쳐 옥련천을 지나 한적한 농로를 따라 총 5.5km 의 구간이다. 최익현 선생의 발자취와 항일정신이 깃들어 있는 편지와 글귀를 의미하다 보면 어느덧 선계로 들어서는 방선문에 다다른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길마다 고즈넉함과 애달픈 삶이 향기가 깔려있다. 삶의 무게에 실린 욕심을 내려놓을 때 선계로 향하는 길에 서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