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탐방

아름드리 팽나무가 풍경이 되는 마을, 해안동

제주영주 2013. 12. 30. 12:30

 

아름드리 팽나무가 풍경이 되는 마을, 해안동

 

 

 

아름드리 팽나무가 드리워진 마을, 그 곳에 가면 수백 년의 풍파를 견뎌낸 팽나무 군락을 만나게 된다. 세월의 흔적이 녹아든 팽나무들은 마을과 어우러지며 예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제주시 노형동 해안마을로 향했다. ‘해안마을’이란 이름만 들어서는 바닷가 부근에 위치한 마을로 착각할지 모르나, 이 마을은 해발 200고지에 위치한 전원농촌이다. 노형동 월산마을과 애월읍 광령리 무수천 계곡 사이에 남쪽으로 위치한 이 마을은 평화로와 인접해 있다. 마을 초입에는 ‘해안동’이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해안동은 하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있다. 하천을 끼고 오랜 세월동안 견고하게 이겨낸 아름드리 팽나무가 예스럽다.

이정윤 해안마을회장은 “이 마을은 지형이 바다의 게와 비슷하여 게해자(蟹)와 눈안자(眼)를 썼는데 바다와 같이 마음이 평온함을 기원한다는 뜻에서 해안동(海安洞) 바꿔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며 마을의 명칭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 이 마을은 바다와 한라산이 훤히 내다보이며, 사방이 탁 튀여 전망이 좋다.

이 마을에는 아담한 해안초등학교가 있다. 교문 옆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저물어 가는 가을을 아쉬운 듯 샛노란 빛깔로 반짝이고 있다. 해안초교는 1969년 개교 후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1983년부터 28년간 분교로 지정되어 왔다. 지역주민들이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한 덕분에 지난 2011년에 본교로 승격됐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지역주민들이 해안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올해까지 5년째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회장은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되면서 신제주권에서도 해안초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안초교는 각 학년에 한 반이며, 25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 회장은 “마을 복지회관이 비좁아 신축하고 싶지만 예산 문제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이 마을에는 130여명의 노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 마을도 여느 마을처럼 지역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와 포제를 올린다.

 

이 마을에는 할망당과 하르방당이 있다. 이 회장은 “매년 음력 1월 7일 삼헌관과 집사 2인을 두어 당제를 지내는데 할망당에서 먼저 제를 지낸 후 하르방당에서 제를 올린다”고 말했다. 할망당은 마을중심에서 남서쪽으로 약 1㎞지점에 있다. 하르방당은 마을 동쪽에 위치한 화랑마을에 있다. 할망당에는 300여년이 훨씬 넘어 보이는 커다란 팽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팽나무를 신목으로 한 이 당은 ‘송씨할망당’이라고 한다. 신목 아래 제단이 마련돼 있다. 이 할망당은 돌담으로 에워 쌓여 있다. 포제는 음력으로 7월 초쯤에 향교식으로 제를 올리고 있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아담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도 4·3사건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 해안마을 상동인 속칭 ‘리생이마을’이 전소됐다. 지역 주민들은 소개명령에 따라 외도, 내도, 이호 등으로 찾아 피난 생활을 했었다. 주인 없는 마을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잃어버린 마을 리생이’란 표지석만이 외롭게 서 있을 뿐이다.

특히 이 마을에는 숨겨진 고즈넉한 길이 있다. 벚나무 길이다. 곱게 물든 벚나무 이파리들이 과수원으로 향하는 길에 곱게 뿌려져 있어 가을날 운치를 더한다. 오렌지 빛깔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귤이 돌담 너머로 얼굴을 내미는 길을 따라 오랫동안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