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자욱한 안개숲 속에서 반겨주는 금난초, 은난초
스멀스멀 자욱한 안개가 숲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안개비가 자주 내리기 시작하는데, 이때를 제주에서는 고사리 장마라 합니다. 고사리 장마철에는 하룻밤 사이에도 햇고사리들이 쑥쑥 올라옵니다.
고사리 꺾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산으로 들녘으로 분주하게 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숲은 한층 싱그러운 녹음으로 하늘을 가려 놓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숲을 걸어가노라면 고즈넉함에 휘감기며 사색의 길로 접어들어 갑니다.
발밑을 휘감기는 안개의 날개 깃으로 살포지 젖어 들어갑니다.
세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만의 세상 인양 이 넓은 세상에는 혼자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세상 뒤로 숨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자욱한 안개는 나를 휘감기며 아름다운 숲의 나라로 데려갔습니다.
이 숲 저 숲으로 날아드는 산새만이 고즈넉함을 깨울 뿐입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숲에서 반겨주는 것은 오롯이 핀 들꽃입니다. 마음을 끌어당기며 속삭이고 있는 금은보화처럼 아름다운 난초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오롯이 핀 금난초와의 눈맞춤으로 시나브로 초록 물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자그마한 들꽃과 눈맞춤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욱한 안개는 살며시 꼬리를 감추면서
환한 숲으로 되살아납니다.
황금처럼 눈부신 금난초가 화사하게 미소 지으며 붉은 혀를 내보입니다.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마치 토끼 같은 이가 보이며 붉은 핏줄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꽃의 일생에서 단 한 번의 웃음으로 활짝 피기 위해서는 꽃은 힘겹게 일어서야만 했고
햇살을 향해 단 한 번의 아름다운 웃음을 보내기 위해 그 얼마나 힘겨웠으면 선혈의 핏줄이 섰을까요? 아름다운 웃음으로 피어난 꽃의 수고에 감사해야 합니다.
자그마한 꽃봉오리가 톡 터지면서 웃음 짓는 금난초 곁에는 은난초도 함께 피었습니다.
금난초, 은난초가 금은보화처럼 어여쁘게도 피었습니다.
은난초는 꼬마은난초와 비슷하나 꼬마은난초에 비해 키가 훨씬 큽니다.
은난초는 금난초 보다는 수줍음이 많은 꽃이라서 그런지 꽃잎을 활짝 열어주지 않습니다.
아주 자그마한 꽃입술을 살며시 보여줄 뿐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순백의 은난초는 천상의 날개를 접고 있다가 단 한 번의 아름다운 미소를 위해 하얀 날개를 펼쳐보일 것입니다.
햇살은 꽃잎 안을 살며시 비춰 줄 것이며 금은보화처럼 소중한 꽃들은 더욱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날 것입니다.
가진것은 없지만 금은보화처럼 소중한 꽃과 아름다운 숲을 만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찰랑거리는 물소리에 숲은 싱그러운 몸짓으로 휘파람 불며 초록의 깃발을 나부끼며 여름을 향해 달려가겠지요. 여름을 향해 달려가는 초록의 깃발에 행복을 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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