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청아한 가을 하늘만큼이나
우리들의 가슴에도 맑고 푸르른 하늘로
가득 채워가는 이 가을이었으면 좋겠구나
붉게 노랗게 물들이는 가을
황금가루 뿌려 놓은 가을 들판으로 나가
우리들의 마음에도 황금빛깔로 채색해가는
넉넉함이 있는 이 가을이었으면 좋겠구나
뜨거웠던 여름 햇살 등 뒤로
고추잠자리 날개 위로 투영되는
우리들의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는
이 가을이었으면 좋겠구나
푸르른 하늘가로 우리들의 고운 날갯짓을 펄럭이며
저 높은 창공을 훨훨 날아보자
우리들의 날갯짓엔 단 하나의 단어를 실었으면 좋겠구나
사랑,
맑고 투명한 빛깔로 퇴색되지 않는
영롱한 빛깔이었으며 좋겠구나
내 영혼으로 부르는 이름 하나
가난한 사랑이어도 좋으리라
이 가을에는풀벌레 울음소리에 가을의 연주곡은 시작되며
우리들의 이야기들은 그리움을 안고
까아만 밤 하늘에 별을 박아 놓듯
가을 밤을 수 놓았으면 좋겠구나
이 가을에는
벌레 먹은 열매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우리였으면 좋겠구나
이 가을에는
낙엽 지는 소리를 들으며
겸허한 기도로 우리를 만났으면 좋겠구나
이 가을에는
차곡차곡 쌓인 낙엽을 밟으며
따스한 가슴을 채우는 우리들의 시를 마셨으면 좋겠구나
야위어 가는 우리들의 영혼에
맑은 샘물로 가득 채워가며
이 가을을 곱게 물들었으면 좋겠구나
그리하여
이 가을이 지고 나면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지는
우리로 만났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