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피는 꽃, 詩

가끔은 나에게 편지를 쓴다

제주영주 2006. 8. 31. 10:41
    가끔은 나에게 편지를 쓴다
     
     
     
    우표 없는 편지로
    내게로 돌아오는 길목에
    모닥불을 피워 나를 기다려 본다

     
     
    너를 기다리는 오랜 기다림은 아니어도
    나를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하거나
    외롭거나 쓸쓸함이 없는  기다림으로 기다려본다

     
     

    들국화 향기 만발한 한적한 오솔길에서
    나를 기다린다 너를 기다리듯이
    푸른 하늘이 열리고
    잎새이는 바람소리에
    억새꽃의 서글퍼지는 하얀 웃음 속에서
    나를 만나는 가을 한 모퉁이,

     
     
    가끔은 나에게 나를 위해
    우편 없는 편지를 부친다
    커피향처럼 그윽한 갈색 톤으로
    채색 해놓은 찻집에서 너를 기다리듯이
    나를 위해 한잔의 차를 끓어 놓는다

     
     
    인생은 어차피
    외로운 길인걸 알기 때문에
    나를 위해 가끔은 우편 없는 편지를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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