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복수초꽃이 질 무렵이면 숲은 완연한 초록빛으로 옷을 갈아 입느라 분주합니다.
완연한 봄을 찬양하듯 알록달록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들꽃이 있는가 하면, 한결같이 연둣빛으로 꽃을 피우는 들꽃도 있답니다.
완연한 초록빛에 꽃인 듯 풀인 듯 숨어 자그마한 꽃의 노래가 들려오지만, 화려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탓에 꽃이 피었는지조차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는 '연복초'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빛깔로 뽐내고 있는 들꽃 틈에서 눈여겨 보아주는 이 없어도 자기만의 아름다움으로 꽃을 피우는 자그마한 꽃, 연복초의 신비를 아신다면 숲 속을 헤매서라도 만나보고 싶을 것입니다.
화려함이란 찾아 볼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마음처럼 매력이 있는 들꽃이기도 하지요.
꼭두서니목 연복초과의 여러해살이풀, 연복초(連福草)는 복수초를 채집할 때 묻어 나와서 연복초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설도 있으나, 연복초를 한자로 풀어보면 복을 이어주는 풀, 즉. 복과 장수를 주는 꽃, 복수초꽃이 질 무렵에 피기 때문에 이를 어어주는 꽃이라 하여 '연복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한 개의 줄기가 올라옵니다. 줄기 끄트머리에는 자그마한 꽃송이가 동서남북으로 매달려 있으며 그 위에 한 개의 꽃송이가 있습니다. 자그마한 다섯 개의 꽃송이가 옹기종기 매달려 있지요.
동서남북으로 매달려 있는 꽃송이에는 화피가 5개이며 수술은 10개입니다.
그러나 맨 위에 붙어 있는 꽃송이에는 화피가 4개이며 수술은 8개입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처럼 아가 손톱보다 자그마한 꽃송이가 알콩달콩 줄기 끝에 매달려 꽃을 피우는 연복초는 그 어떤 빛깔도 허락하지 않는 꽃처럼 오로지 연둣빛만을 사모하는 꽃입니다.
싹이 나면서부터 줄곧 연둣빛 물이 흘러 꽃이 되었는지, 연둣빛으로 꽃을 피웁니다.
화려하지는 않은 수수한 빛깔, 봄의 첫 마음처럼 한결같은 연둣빛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오로지 봄의 새싹처럼 연둣빛으로 흐르고 있는 한결같은 마음이 꽃의 심중에 남아서 피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많은 변덕스러움 속에 첫 마음을 잊고 살아갑니다. 변덕스러운 마음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꽃, 연복초의 한결같은 빛깔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눈여겨 찾아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연둣빛 꽃, 그 속내를 알고 나면 한층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꽃입니다.
자연과 함께 느긋한 휴식을 취하고 있노라면 상큼한 봄의 새싹처럼 싱그럽게 그대 이름을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대의 첫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