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피는 풀꽃 아름다워라.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보잘것없는 풀꽃이지만 내게는 큰 기쁨
▲ 새벽 하늘을 열어 놓은 듯한 큰개불알풀.
눈 비비며 달려오는 속삭임이 간지럽네요. 그러고 보니 벌써 개불알풀이 피었네요.
아가야 손톱만 한 창을 열어 놓고 봄의 하늘을 그려내는 큰개불알풀이 한 송이씩 꽃을 피우고 있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나, 벌써 피었네. 부지런도 하여라.” 빗방울을 머금은 청초한 모습은 그 어떤 귀한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이제 막 새벽 하늘을 열어 놓은 듯한 청초함에 그 자그마한 창으로 신비로운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큰개불알풀의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신비로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네 장의 꽃잎 중에 작은 꽃잎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세 개의 꽃잎은 크기가 같지만 하나의 꽃잎은 작습니다. 하나의 부족함을 나머지 꽃잎들이 사랑으로 보듬어 안아주며 둥글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개불알풀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의 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의 꽃잎 안에는 두 개의 수술이 있으며 수술에는 하늘보다 더욱 푸른 마음이 담겨 진 푸른 꽃밥이 있습니다.
풀꽃의 생명력은 부지런한 탓에 너무 흔해서 귀하다는 것을 모르지요. 아름답다고 눈여겨보지도 않는 그저 잡초에 지나지 않는 풀꽃이지만, 내게는 아름다운 풀꽃입니다.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개불알풀을 ‘봄까치풀’이라고도 합니다.
특별하게 아름답지도 않고 눈에 훤히 들어오지도 않지만, 풀 틈에 숨어 작은 숨결로 새록새록 피어나는 끈질긴 생명력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만나는 풀꽃입니다. 마침 비가 그치고 나니 더욱 선명한 색감으로 담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큰개불알풀이지만, 꽃이 피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작년에는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큰개불알풀의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올해에는 어여쁘게 담아보렵니다. 비가 그치고 나서 그런지 풀꽃에는 더욱 선명한 파란 하늘이 열립니다.
꽃의 향기는 없지만 풀향기가 더욱 상큼하여 좋습니다. 손톱만 한 창으로 봄을 그려내는 개불알풀꽃이 한 송이씩 한 송이씩 창을 열어가면 봄은 성큼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입니다.
“귀한 것을 담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으며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들꽃에서도 그 꽃의 주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음이야말로 프로의 길이다.”라는 김창집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겨보니 귀한 꽃을 찾아서 애쓴 나의 흔적이 보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은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풀꽃의 주는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내 마음에 피는 풀꽃부터 제대로 담아야겠습니다.
봄의 창을 열어 놓기 시작한 풀꽃과의 만남이야말로 더욱 값진 것임을 새삼 느끼며 개불알풀의 아름다움을 담아 보았습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풀꽃이지만 내게는 큰 기쁨이며, 내 마음에 피는 풀꽃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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