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봄이 그리워 실눈을 뜨고 찾아왔네!

제주영주 2006. 3. 8. 19:04

봄이 그리워 실눈을 뜨고 찾아왔네!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자줏빛 눈망울로 깔깔거리는 풀꽃 

 

▲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광대나물꽃이 귀엽네요.
봄은 어디쯤 왔을까요? 봄은 제일 먼저 푸른 바다를 일렁이며 다가오겠지요. 넘실넘실 푸른 파도를 타며 다가오겠지요.
봄을 시샘하는 짓궂은 겨울바람 때문에 차마 커다랗게 눈을 뜰 수가 없어 아주 조금씩 실눈을 뜨고 꽃 바람을 타고 오겠지요.

봄이 그리워 움츠렸던 자그마한 목을 최대한 길게 뽑아 귀를 쫑긋 세우고 봄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광대나물꽃을 만났습니다.

“봄이 그리워 실눈을 뜨고 찾아왔어요.” 광대나물이 겨울바람 속으로 속삭입니다.
심술궂은 겨울바람은 자줏빛 광대나물꽃을 마구 흔들어 놓습니다.
겨울바람이 심술궂게 불어오지만, 봄이 오는 길섶으로 마중을 나온 광대나물꽃은 심술궂은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봄을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고 있네요.

광대나물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쩜 저리도 귀엽게 생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목젖이 보이도록 깔깔거리는 명랑소녀 같기도 합니다.
광대나물 꽃 옆 모습은 마치 귀여운 토끼 같아요. 귀를 세우고 깜찍하게 메롱 하는 듯한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광대나물은 주름처럼 된 파란 잎을 줄기에 층층이 달고 있지요.
그 모습이 마치 광대들이 입는 옷처럼 닮았다 하여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지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가졌지만 광대나물 이름을 한번 들은 사람은 쉽게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웃고 있는 광대처럼 광대나물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고 있지요. 하지만, 미소가 넘쳐나는 웃음 너머에는 슬픈 눈망울이 숨어있답니다.

저기 보세요, 잎겨드랑이에 숨어 있는 자줏빛 자그마한 눈망울, 자줏빛 눈물이 고여 있지요. 슬퍼 보입니다. 하지만, 광대놀이를 할 즈음이면 잎겨드랑이에 숨어 있는 자줏빛 눈망울은 자그마한 목을 살며시 길게 빼고 모진 바람 앞에서도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합니다.

슬픔을 파란 잎겨드랑이에 감춰 놓고 “봄이 그리워”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슬픔은 어느새 사라지며 봄은 성큼 우리 곁에 와 있을 겁니다.